1)2021년~ ㅈ도체 환상
전문대졸 친구들이라면 알다시피 전기 전자과 이쪽이면 반도체쪽이 아무래도 채용하는 인원이 많다보니 한 번 눈길주다가 졸업 다가오면 쫓기듯 지원하는데 덜컥 붙어서 첫 시작을 반도체 공장에서 시작하는 애들이 많음. 나도 물론 그런 부류였는데 첫 회사가 면접도 AI, 1, 2차면접 거치고 본사에서 OJT도 2주정도 하고 출근한 터라 엄청난 기대감을 안고 근무지에 입성함... 근데 웬걸 좁디 좁은 휴게실에 라커룸.. 그리고 반도체 공장의 꽃인 클린룸을 펭귄마냥 옷 뒤집어쓰고 들어가는데 거기서부터 잘못됨을 느꼈지. 종일 하는 거라곤 장비 에러 알람 듣는 것과 장비 보수, 값 세팅해주는거였는데 여기는 생산업무도 같이 도와주면서 너 일도 해야된다 하길래 첫 회사니까 열심히 해보자했지만 근무시간 내내 듣는 알람소리와 교대근무 콤보, 생산량 압박에 스트레스 받아서 반년 좀 넘어서 퇴사 박았다. 집에 얘기도 안하고 그냥 퇴사하고 쉬었는데 추후에 얘기했더니 엄청 아쉬워하셨음..

2) 2022년~ 하우스 프로텍터
일 관두고 일용직이나 조금씩 하다가 자발적퇴사+일용직 90일인가 채우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개같이 채우고 실업급여를 타먹었는데 이때부터 인생설계를 좀 함. 반도체는 때려죽어도 안할거고 전기쪽으로 가면 정년은퇴 이후에도 벌어먹을 수 있을 기술같아서 전기산업기사랑 몇가지 자격증을 준비했음. 아무래도 집에 쳐박혀있는 백수다보니까 생각보다 공부는 수월하게 됐고 실업급여를 타서 그런지 집에서도 크게 압박주진 않더라. 그렇게 산업기사 2개랑 컴활, 한국사 땀

3) 2022년 후반~ ㅈ도체 2트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선택 중 하난데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생산직 티어에 꽂혀서 잡플 평도 괜찮고 급여도 섭섭치 않게 주는 회사에 바로 넣었지.. 반도체 특수가스 관련 회사였는데 집에서 1시간 반 걸렸는데도 돈 많이주고 회사 괜찮으면 됐지하는 마음에 면접보고 붙어서 바로 다녔다 머저리새끼마냥.. 여긴 가자마자 진짜 내 ㅈ됨감지센서가 미친듯이 반응했는데 관리자가 오더니 아직 부서가 안정해졌는데 앉아있던가 둘러보면서 선배들 하는거 구경해라 이럼 ㅋㅋ 그렇게 이틀을 날리고 부서가 정해졌다는데 거기선 펭귄복입고 클린룸 들어가야된다 하면서 누가 입던거 주더니 나중에 새거 오니까 이거 입으라더라..(1달 돼도 안옴)
모든게 ㅈ같았는데 일 배우는 것부터 사람까지 체계하나 없고 다른 교대조 뒷담만 까대는 회사에 바로 진절머리나서 1달넘기고 추노했다 여긴 ㅋㅋ 야간끝나고 문자 딸랑 보내고 도망갔는데 급여는 다녔던 곳 중 가장 많았음

4)2023~ 시설관리 입문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나는 원래 하려고했던 전기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는데 막상 보니까 할게 그닥 없었음. 시설관리업이나 설계, 공사쪽인데 이쪽 업계는 경력이 되게 중요하더라고.. 공사는 내가 현장노가다를 해봐서 건강도 건강이지만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한 근무지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싶어서 다 이것저것 재보고 빼니까 시설관리만 남더라고.. 가까운 데서 일할 수 있고 경력도 쌓을 수 있는? 그런데 인식이 개차반임 ㅋㅋ 실제로 유튜브나 커뮤니티 사이트 글만봐도 나이 들어서나 하는 직업이다, 혼자 살다 뒤질거면 안성맞춤이다 이러는데 20대긴 하다만 계속 놀고만 있을 순 없어서 시설관리에서 ㅈ같다고 소문난 호백병마에 지원했더니 바로 연락이 와서 면접보자고 하더라.
면접보러 갔는데 사실상 시골동네 이장님이랑 얘기하다가 온 느낌이라 다녀도 될까 싶었는데 그래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선택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음. 다니는 동안 선배들한테 쿠사리도 먹고 혼나도 전에 하던 일에 비하면 진짜 강도가 낮아서 버티게되더라.

지금은 사실 1년 딱 다니고 퇴사하고 쉬면서 이제 이직할 직장 출근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내가 졸업하고 나서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볼겸 글을 썼음. 다음 회사는 잡플 평 3점대인 중견기업인데 집도 가깝고해서 오래 다니면 좋을 것 같네..
다들 나보다 능력좋고 열심히 살아서 뭐든 해낼거니까 내 걱정만 할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