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주전 유격수 오지환(29)이 수비 요정으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LG 내야진을 진두지휘 중이다.

오지환은 12일 현재 시즌 17경기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해 147⅔이닝의 수비를 소화했다. 유격수는 물론 10개 구단 내야수 중 최다 이닝이다. 전체 1위는 SK 외야수 김강민의 159이닝이다. 

동시에 실책은 하나도 없다. 어려운 타구는 잘 막지만 쉬운 공을 종종 놓친다는 이미지를 지워가고 있다. 오지환은 "팀 승리만을 생각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 밝혔다.

12일 현재 130이닝 이상 출전한 내야수 중 실책이 없는 선수는 오지환을 비롯해 정은원(한화), 이상호(NC), 박경수(KT), 김재호(두산) 등 5명이다. 정은원, 이상호, 박경수는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2루수다. 같은 유격수인 김재호는 130⅔이닝을 뛰어 차이가 꽤 난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STATIZ)가 제공하는 '타구 처리율'은 압도적 1위다. 오지환은 유격수 앞으로 굴러온 타구 55차례 중 54회를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실책 없이 내야안타(아마도 이명기 타구 잡고 너무 빨라서 송구 안했던)를 1개 허용했다. 98.18%다. 김재호와 신본기(롯데)도 실책이 0개지만 내야안타를 각각 3개, 7개씩 줬다. 삼성 이학주 또한 내야안타 허용은 1개밖에 되지 않는데 실책이 7개다.

오지환은 또 100이닝 이상 출전한 유격수 중 유일하게 더블플레이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7번 기회를 모두 병살 처리했다. KT 심우준 또한 4번 기회를 전부 병살 처리해 100%이지만 수비 이닝이 83이닝이다. 

수비 범위와 어깨, 안정감 등 종합적으로 오지환은 사실상 가장 견고한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수비코치를 맡은 유지현 코치의 도움도 크다. 유지현 코치는 지난해 작전/수석코치를 맡았다가 돌아왔다. 오지환을 신인 시절부터 가르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지현 코치는 오지환의 실책을 줄이기 위해 마음가짐부터 다잡도록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 때부터 흘린 구슬땀이 결과물로 나온 것이다.

오지환은 "유지현 코치님께서 워낙 나를 잘 아신다. 나에 대해 나보다도 더 잘 아실 것"이라며 "내가 워낙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코치님께서 그 부분을 잡아주셨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하라고 하셨다"고 돌아봤다.

오지환은 12일 두산전에서도 견고한 수비를 펼쳐 팀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화려하진 않지만 탄탄하고 기본기를 지키는 플레이로 수비진을 이끌었다. 2회초 무사 1루, 3회초 1사 1, 2루 위기서 완벽한 병살 수비를 펼쳐 선발 차우찬의 짐을 덜었다. 6회초에는 두산 박건우의 좌중간 3루타성 타구 때 정확한 보살도 기록했다. 좌익수 김현수의 공을 받아 3루수 김민성에게 다이렉트로 송구, 박건우를 잡았다. 무사 3루가 될 뻔한 순간을 1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3회말 무사 1, 2루 공격 때에는 3루수 앞 보내기번트도 착실하게 댔다. 성실한 작전 수행 능력도 보여주며 추가점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오지환의 번트로 만든 1사 2, 3루 기회서 김현수의 희생플라이, 조셉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보태 승리했다. 

오지환은 11일 삼성전 결승타의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두산전도 승리투수 차우찬, 3안타 이천웅 등이 주목을 받았다. 

두산전 승리 후 오지환은 "누가 스타가 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이어 "(김)현수 형이 항상 강조한다. 팀이 이겼으면 다 잘 한 거다. 누가 잘 하고 누가 못 하고 그런 건 없다"면서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 수비에서는 잡을 수 있는 타구는 다 잡자는 각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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