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미국에 맞서 사회주의 국가들과 연대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를 활용했다. 1960년대부터 소련이나 중남미 동맹에게 쿠바 의사를 무상 공급하고 석유나 무기, 외화로 맞바꾸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부턴 국가 간 계약으로 돈을 받고 일명 ‘흰 가운의 전사들’을 파견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쿠바 의사들은 의사 자격증을 따면 의무적으로 해외 근무를 3년 이상 해야 한다.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800달러인 쿠바 외화벌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의사 수출이다. 의사 수출만으로 최대 연 110억달러(약 13조원)를 벌어들인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의사 수출 의존은 더 심해졌다. 코로나로 쿠바 관광 수입이 폭락했지만, 의료 붕괴 사태를 맞은 외국으로의 의사 수출 시장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기준 쿠바의 해외 파견 의료진이 3만명이었는데, 지난 3월 코로나 사태 이후 이탈리아·포르투갈·베네수엘라·알제리 등 14국에 2000여명이 추가 파견됐다. 쿠바에서 월 25~100달러(약 3만~12만원) 받던 의사들은 외국에선 1000~5000달러(120만~600만원)를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간다. 베네수엘라 등에선 쿠바 정권과 손잡고 ‘코로나 퇴치에 힘쓴 쿠바 의사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운동도 한다.

그러나 해외에 팔려간 쿠바 의사들의 삶은 처참하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외국 정부가 쿠바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의 80~90%를 쿠바 정부가 가로챈다. 의사들이 생활고에 못 이겨 가욋일을 해 수입을 숨기거나 식당 종업원 등으로 전업하고, 심하면 제3국으로 도망가는 일이 잦아지자 정보기관 요원들이 바짝 감시를 한다고 한다. 의사들을 단체 숙소에 묵게 하며 저녁 6시 이후엔 외출을 금지하고, 현지인을 사귀거나 반체제적 언동을 하는지 일일이 감시한다. 쿠바 외교관들의 주업무는 자국 의사들의 여권을 압수해놓고 동선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쿠바 의사 면허를 반납하려고 하면 최대 8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체류국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그 나라 의사 시험도 보지 못하게 한다. 여성 의사가 임신하면 낳은 자녀가 체류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도록 본국으로 송환해 출산하게 한다. BBC는 과테말라에 파견된 20대 쿠바 여의사가 정부로부터 현지 기업인들과 성매매를 하도록 집요한 요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여의사는 간신히 탈출해 스페인에서 간호사가 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쿠바 정부는 국제사회의 고발과 비판에 “우리의 우월한 의료 시스템과 고귀한 국제 공조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미국 주도의 정치 비방”이라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