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리하게 갭 투자에 나섰던 3040 직장인·전문직·자영업자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 선고를 받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제9호 법정에는 파산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는 조모(47) 씨가 포착됐다. 깊은 허탈감이 어려 있는 얼굴로 그는 "여기저기 빚을 돌려 막는 것도 한계였다. 결국 핵폭탄처럼 무너졌다"라고 토로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 상환이 불가능해진 개인들이 법적 절차를 통해 경제적 재기를 모색하는 공간이다. 조 씨는 4년 전, 남편과 상의 끝에 전 재산과 제2금융권 대출까지 동원해 인천에 위치한 모텔 건물(매입가 약 16억 원)을 구입했다.
사진=MBC뉴스
그때까지만 해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팽배한 시기였기에 조 씨는 의심없이 전 재산을 투자하면서도 '대박'을 올인하는 과감한 수를 둘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조 씨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수익이 저조하기만 했고, 결국 2년 전부터는 장기 투숙자까지 유치하면서 운영을 이어갔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었다. 대출 이자가 두 배 이상 뛰면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까지 소진했고, 조 씨는 끝내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그는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였는데,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놨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임대 수익만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개인 임대인들이 법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이나 사업 부도와 같은 생계형 파산이 아니라, 30~40대들이 '갭 투자'를 시도했다가 파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내집마련 불가능하다는 불안에 무리해서 투자했지만...
사진=MBC뉴스
이들은 대부분 '갭 투자'로 알려진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였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들였지만, 금리 상승과 경기 위축으로 인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19년 경력의 파산관재인 홍현필 변호사는 "예전에는 실직이나 질병 등 생계 위기가 주된 파산 원인이었지만, 최근엔 무리한 부동산 투자 실패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 회생 및 파산 접수 건수는 8,811건으로 4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39%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부동산 투자 실패로 인한 파산은 전체 원인의 11%를 차지해 2021년(2%)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최근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금리 시대에 무리하게 집을 마련했던 '영끌족'들이 고금리 환경 속에서 점차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곽경태 파산관재인 변호사는 "이들 대다수는 단순 투기세력이 아닌,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라며 "당시 근로소득으로는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거란 불안감에 집을 매수했지만, 경기가 이렇게 나빠질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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