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결국 원·달러 환율이 이날 1400원을 돌파하여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서둘러 급하게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 폭은 축소됐으나,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최대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16일 원 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올라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환율 상승 배경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사진=MBC뉴스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6월 예상과는 다르게 점점 미뤄지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지연과 함께 달러 강세를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하여 위험회피 심리가 굉장히 강해졌다"라며 "증시에서 투매 양상도 나오는 등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중동 확전 우려까지 겹치면서 달러는 더욱 강해지고, 원화는 약세를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 추세까지 더해지자 그야말로 한국경제가 '3고(高)'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3고 현상'은 나라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장기적인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사태의 중심을 잡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정부와 집권여당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5월 한동안 물가 상승 예상
사진=KBS뉴스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대한민국 경제 역사상 단 세 차례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한 적이 있다.
기름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전 어마어마한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현재 주말을 지나면서 잠깐의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2%에 달하기 때문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과 유가 상승 문제는 생산 비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므로 국내 물가도 끌어올리게 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중동발 위기는 언제 안정화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한동안 국내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가는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약 한 달가량의 텀이 있다. 그렇기에 4~5월 물가는 한동안 더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는 서민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현재 7개월째 하락 중인 소매판매액 지수도 한동안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1100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이자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더 올라가면 주요 제품 가격과 식료품, 공공요금 급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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