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한국시리즈 7차전.

5:1로 이기고 있는 8회초.
그리고... 9회가 삭제된 상대에게는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최고참 오승환의 한마디.

'재윤이 내'

김재윤. 그가 누구인가. 삼성에서만 16년동안 셋업맨을 해낸 명실상부한 삼성의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삼성은 김재윤을 기용한다.
묵묵히 투구연습을 하던 김재윤은 터벅터벅 마운드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배고픔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김재윤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식사의 세계. 김재윤은 은퇴경기인 오늘마저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안타 안타 안타 안타 안타를 쳐주세요~ 안타 쳐줘요~ 홈런도 좋아요~
미혹의 안타송을 부르고있다.

제 2구, 바깥쪽 떨어지는 볼. ABS는 반응하지 않는다.
제 3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어제도 굶어서 그런지 볼에 힘이 없다.
제 4구, 넉넉한 스트라이크. 쓰리볼이라 타자는 일부러 하나 지켜본다.

...그리고 제 5구째, 김재윤이 던진 스플리터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나 타자의 방망이는 애석하게도 나가지 않는다.

밀어내기 볼넷. 팀에게는 어찌 보면 안 좋은 상황이지만 덕아웃에서 오승환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밥 한 끼를 위해 못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김재윤은 그 후 뜬공으로 가볍게 타자를 처리한 후 잔루 만루를 남겨놓고 내려온다.

'해냈구나, 재윤아. 오늘은 밥 먹자.'

8회 말. 타자들은 덕아웃에서 누가 째려보는 느낌이 들어 타격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추가점은 없이 이닝이 종료된다.

그리고 9회 초. 마찬가지로 예고은퇴를 선언한 또 하나의 레전드, '돌부처' 오승환이 인생 마지막 내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