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늘 그렇듯 너의 줄을 골랐고,


주머니 속엔 구겨진 체키표 한 장,


가슴엔 너의 미소 하나 품은 채 서 있었지.


그런데 오늘은 달랐어.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오타, 키 크고 잘생긴 그 남자


그가 네 앞에 섰을 때,


너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어.


눈은 반짝이고, 입꼬리는 스르르 올라가고,


그 표정… 나에겐 한 번도 준 적 없던 너였어.


그와 마주 웃고, 장난 섞인 말에 귀엽게 반응하던 너.


그 순간, 난 알아버렸어.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아무리 줄마다 찾아가도,


넌 날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걸.


나는 또 웃으려 애썼지만, 그 웃음은 얼굴에 머물지 못했어.


체키를 찍으며 고개를 들었을 땐,


너는 이미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지.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부서졌어.


질투가 솟았고,


서운함이 차올랐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 초라하고 밉더라.


왜 이런 얼굴로 태어났는지, 왜 너를 좋아하게 된 건지,


그냥 멀리서 보기만 했더라면 덜 아팠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또 겐바에 가고 싶어져.


언젠가 너의 그 미소가, 나를 향하길 바라는


아주 어리석고 슬픈 희망 하나 붙잡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