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안한데, 이번 주말 겐바 못 가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기회를 놓칠지도 몰라.


하나뿐인 내 친남동생아, 너밖에 없어서 이렇게 연락한다.


사실 너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것도 너무 미안한데, 그 전에 꼭 하나는 사과하고 싶었어.


예전에 네가 내 프라모델 장난감 갖고 놀았다고 괜히 열 받아서 한 달 내내 때리고 소리 지르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했다.


그땐 유치하고 철없던 형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진짜 미안하고 후회돼.


그런 내가 지금은 지하돌에 빠져서 매주 겐바 다니고, 체키 한 장에 울고 웃고 하며 살아간다.


오시라는 아이돌을 알게 된 이후로 내 삶이 달라졌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내가, 사람들 사이에 끼어 홍대 겐바까지 다닐 정도면 정말 큰 변화지.


하지만 지금은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


부모님께도 더는 손 벌릴 수 없고, 그래서 너밖에 없다.


이번 주말 오시 공연을 꼭 가야 해. 분위기가 요즘 좀 괜찮아서, 이번에 한 번만 잘하면 고백도 진짜 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


딱 30만 원만 빌려줘.


겐바 다녀오고 나면 바로 쿠팡 상하차 알바 시작할 거고, 진짜로 갚을게.


참고로 오시는 나를 번듯한 직장인으로 알고 있어. 겐바 갈 때마다 셔츠에 슬랙스 차려입고 가니까 이미지 관리 철저함.


이게 성공하면 너한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어. 같은 팀에 있는 지하돌 중에 괜찮은 애 있거든.


진짜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한 번만, 딱 이번만 도와줘. 내 인생이 달려 있어. 그리고…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