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필 씨는 충청도 촌에서 나고 자란 순박한 마흔셋 청년이다.

그날도 서울 출장 갔다가 우연히 홍대 앞에서 뭔 공연을 보게 됐다.

처음엔 “이게 뭔 난장판이래유…” 하며 발걸음을 돌리려다

무대 위에 선 작은 체구의 소녀가 “빠빠라빠빠~ 으라차차!” 하고 외치며 등장하자

종필 씨의 눈빛이 변했다.


순간 심장이 콩, 하고 뛰더니

발은 알아서 그 물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게… 그 유명한 겐반가벼…”


노래는 솔직히 학예회 느낌이었고

춤도 약간 비틀비틀했지만

이상하게도 종필 씨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팬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바로 체키유?”


물판이라고 불리는 부스에서

뱃지, 폴라로이드, 직찍 포토카드가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종필 씨는 지갑을 꺼내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 그 아이… 다 주세요."

물판 누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챙겨주었다.


그렇게 첫 겐바를 마친 종필 씨.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곧장 전화기를 꺼냈다.

“여보세요, 초보아씨? 나 백종필이유. 지금 당장 홍대 앞으루 와봐유.”

“홍대요? 웬일이세요?”

“뭘 웬일이유, 겐바유! 천국유!!”

“…뭔 소리세요?”


초보아 씨는 당황했지만,

“하여간, 와봐유. 지갑만 챙겨오믄 돼유.”

라는 말에 홀린 듯 따라나섰다.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응원봉을 흔들며

“우리 오시 최고다잉~!”

“기염둥이여~!”

를 외치고 있었다.


종필 씨가 속삭였다.

“초보아씨… 이게 사람 사는 맛이유.”


초보아 씨도 미소 지었다.

“그러네요. 다음엔 체키도 해봐요.”


그렇게 충청도의 두 평범한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지하돌, 그리고 사랑.

이제 그들의 주말은 홍대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