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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 날 안 온 오타는 평생 후회각 – 성수 겐바 후기]앱에서 작성

디디 2025.07.04 23:58:50
조회 532 추천 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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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지하에서만 굴러다니던 내 인생에, 태양이 뜬 날이었다.

매번 음습한 홍대 지하 겐바만 쫓아다니다가, “성수 야외 특설무대에서 무료 공연 있음”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난 결심했다. 내 오시를 햇빛 아래에서 본다.


그래서 그날 새벽 4시, 성수2가 제1동 주민센터 앞.

이미 줄이 있었다. 무섭다.

누구는 접이식 의자, 누구는 노숙용 매트, 한 사람은 심지어 화로를 들고 옴.

“너 오늘 1열 노리냐?”

“어. 너도?”

“나도.”

아무도 빠질 수 없었다. 오늘 1열, 실패하면 평생의 오욕.


하루종일 햇빛에 익어가며 대기하다 드디어 오후 6시 10분.

첫 팀 위시리즈 등장과 함께 불이 켜졌다.

그 땐 몰랐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전설이 될 줄은.


오후 6시 10분, 종소리도 없이 첫 무대가 시작됐다. 출연은 위시리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수 특설무대 앞줄이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위↗시↘!!!”

앞줄 오타들은 탬버린을 벨트에서 꺼내더니 박자에 맞춰 흔들며 춤을 췄다. 한쪽에서는 작은 북을 두드리는 열정파 오타도 등장.

“위시리즈는 박자감으로 승부본다”던 누군가의 말이 이때 딱 떠올랐다.


20분 후, 만월화 등장. 이번엔 무대 앞이 쪼개졌다.

“달의 무게를 견딜 준비 되셨습니까?!”

삼단 응원대사를 외치는 팬들 뒤에서, 레이저 포인터처럼 봉을 돌리는 오타들.

“하↗↘하↗↘만↗↘월↗↘화↗↘!!”

뒤에서 구경하던 성수 주민 몇 분이 “저건 군대도 못 따라간다…”며 감탄했다.


6시 50분, 후루츠의 무대.

이번엔 분위기 급반전. 전방 오타들이 갑자기 손에 든 막대사탕을 머리 위로 든다.

“과즙톤 응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후루츠의 이름을 한 글자씩 외치며 손을 뻗고 돌리는데, 그 정렬도 장난 아님.

중간에 실수한 오타가 “미안!” 외치며 뒤로 빠지자, 옆 오타가 “다음 겐바까진 외워와” 한 마디 날림.


7시 10분, 세카코모

아니, 이건 무슨 종교 의식인가? 갑자기 시작된 팬들의 단체 점프.

“세↗카↘↗↗코↘↗모↗↘!!!”

구호를 외치고 손을 위로 뻗은 채 정지자세로 10초간 정적.

“이건 고행이자 사랑”이라 말하던 오타의 눈동자엔 진심이 있었다.


7시 30분, 센키안도

공연 전 무대 앞줄에선 "준비됐습니까, 전우여!"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깃발을 든 오타 2명이 무대 양옆에서 대각선으로 깃발을 흔들며 “파.이.팅!!”을 세 글자로 나눠 외친다.

뒷줄에선 “안도 대장님~!” 연호.

장내엔 갑자기 충성심이라는 감정이 돌았다.


7시 50분, 아이

조용한 전환. 무대에 그녀가 올라서자마자, 오타들은 마치 사찰같은 정적을 유지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목소리.

“사랑해요, 아이.”

짧고 정확한 타이밍.

그다음엔 ‘아이노 장단’이라 불리는 박자 구호가 터지는데, 옆에선 30분 전부터 박자연습하던 오타가 감격해서 눈물 흘렸다.


8시 10분, 냇키파래

좌우로 흔드는 LED 리본 등장.

“푸르다! 냇키! 파래다!”를 반복하며 좌우로 이동 응원.

웬 주민 아주머니가 “아이고 예쁘네~” 하며 옆에서 함께 손흔들었다.

갑자기 물 안 뿌렸는데도 물맞은 듯한 감정의 젖음. 이것이 냇키파래의 매력인가.


8시 30분, 아니마

마지막. 단체 열창 준비 끝.

“이게 진짜 라스트다!”

오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양손을 번쩍 들고 삼단 합창.

“아↗니↘↗↘↗↘마!!!”

목이 쉬었는데도 모두 함께 불렀다.

공연 종료 후엔 팬들끼리 서로 껴안고 “오늘도 생존해줘서 고마워”라고 인사하는 모습까지.


8시 57분, 종료

성수2가 제1동 특설무대. 이 날 이 곳에 있었던 오타들은, 지하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열기를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공연이 끝난 건 8시 57분.

난 목이 쉬었고, 내 발은 두유를 부어야 할 정도로 부어있었지만, 심장은 아직 뛴다.

그 정도로 열기 있었다.


근데 그때였다.

무대 뒤에서 들리던 목소리. 성수 주민들이었다.

“어이쿠 이거 뭐야, 애들이 봉 흔들고 뛰어다니고 난리여~”

“잉? 근데 뭔가 감동적이야, 야스오. 니 눈물 흘리냐?”

“아… 나 어릴 적 동방신기 좋아했었어. 그 추억이, 와… 빡 온다…”

“이딴 공연이 있었으면 진작에 성수 안 떠났지. 여~ 캬악~”


심지어 한 어르신은 공연이 끝난 오타들한테 맥주 사줬다.

“이게 진짜 청춘이구만. 우리도 옛날에 저랬어. 누굴 좋아하고, 또 같이 소리 지르고.”


우리는 그들에게 민폐가 아니라 추억을 줬다.

그날 성수는… 하나였다.


공연 끝나고 나와서 동지 오타들과 김밥 나눠먹었다.

누군가는 “올해 여름은 끝났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아직 다음 겐바가 남았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오늘을 이길 겐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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