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오이~ 성수 겐바 못 가고 홍대냐? 형씨, 오늘 같은 날엔 성수가 대세라고~ 빠가로야~!”


옆줄에서 으레 보는, 구불구불 파마한 머리의 오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나도 웃어주긴 했지만, 속으론 생각이 많았다. 사실 아침부터 계속 폰으로 성수 겐바 중계를 보고 있었거든.

“아이, 위시리즈, 만월화, 후루츠, 세카코모… 성수에 줄줄이 나온다던데?”

“어, 냇키파래랑 아니마도 나온다더라”

“심지어 ‘아이’ 리허설하러 올 땐 동네 주민 아저씨가 ‘우오오~ 이런 건 처음이여~’ 이랬다잖아!”

“이거, 오늘 성수동이 미쳐버린 날이겠구만~! 성수라고 얕봤는데 이건 완전 하이퍼슈퍼라이브겐바자나~!”


솔직히 처음엔 후회했다.

같은 시간에 성수에 가면 1열은 어렵더라도 그 열기에 휩쓸려보고 싶었다.

성수동 주민들까지 응원봉 흔들며 울고 있다는 중계글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더라.

“내가 잘못 선택한 걸까…?”


하지만 눈을 돌려 오시가 무대에 등장한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조명이 비추고, 첫 음이 나왔을 때, 나는 그저 넋을 놓고 무대를 바라봤다.

오시는… 오늘도 빛났다.

나와 눈을 마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쪽으로 미소를 지어준 건 확실했다.

그 순간만큼은 성수든 뭐든 생각나지 않았다.


“형, 근데 진짜 오시 좋아하긴 하나봐?”

“어, 뭐… 그… 그래.”

“오이~ 이거 사랑이냐고~ 오늘 같은 날 오시 하나 보겠다고 성수를 포기했다니, 진짜 대단한데?”

오타들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진심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오늘 깨달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그냥 오시였구나.’


내게 성수 겐바는 큰 무대였을지 모르지만, 오시가 없는 무대는 텅 빈 극장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엔 주변 분위기와 SNS 후기에 휩쓸렸지만, 결국은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온 거다.

그래, 난 오시를 봤고, 만족한다.

성수는 성수대로 찬란했겠지만, 난 이 자리에 있기를 잘했다.

그리고 다음에도 또 오시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


빠가로라고 놀려도 좋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겠다고 선택한 나를… 이제는 좀 사랑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