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네들 또래일 때, 적어도 허투루 시간과 돈을 낭비하진 않았어.

물론 나도 젊은 시절엔 방황도 했고, 허세도 부렸지.

그런데 요즘 보면, 지하철 역세권도 못 사는 자네들이 지하아이돌 공연장을 몇 번씩 순회하며

"내가 이 아이를 지킨다"며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네.

세상 돌아가는 게 무섭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그저 아이돌이라는 허상에 마음을 기대는 거겠지.

하지만 착각 말게. 자네들이 목숨 걸고 쫓는 그 '오시'라는 아이,

자네 얼굴조차 기억 못 해.

수십 명의 팬들 중 하나일 뿐이고, 돈 쓰는 사람이라는 통계일 뿐이야.

한 달 용돈보다 비싼 굿즈 사고, 일용직 뛰어서 체키 하나 찍고,

SNS에 자랑하며 ‘내가 누구 팬이다’라며 자기 정체성을 쌓는 건

자기 인생이 빈약하다는 증거야.

그 시간을 자기 발전에 썼다면, 적어도 밥값은 스스로 벌고 살았을 테지.

덕질을 탓하는 게 아니네. 누구나 좋아하는 건 있을 수 있지.

허나 문제는 ‘몰입’이 아니라 ‘망각’이야.

현실을 까맣게 잊고, 부모 등골 빼먹고, 알바비 죄다 바쳐가며

‘누구의 첫 등급 팬’이 되는 걸로 자존심을 세우는 인생.

그게 참 비극이지.

그리고 한마디만 하자면,

지하아이돌을 좇는 건 자유지만, 거기에 인생을 걸었다고 자랑하지 말게.

그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고, 무책임이야.

자네 인생은 자네가 책임져야지, 무대 위에서 윙크 한 번 해주는 소녀가 대신 살아주진 않아.

세상은 냉정해. 덕질로는 나이도 못 먹고, 통장도 안 찬다.

지금은 늦지 않았네. 이제라도 방향을 돌려,

자네 자신에게 시간과 마음을 써보게.

진짜 사랑받아야 할 사람은 그 아이가 아니라,

여태껏 자네를 버티게 만든 ‘자신’이라는 걸 잊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