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인근 대청동 관측소 29도 - 동래 36도… 도심 체감기온과 큰 차이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왜 부산지역에는 폭염주의보도 발령되지 않나요?"

기상청이 올해 처음으로 폭염특보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부산지역의 경우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관측장비와 시스템 미비로 공식적인 기상관측 자료와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온 사이에 괴리가 발생해 폭염특보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8일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으로부터 노약자 등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폭염특보제를 도입해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 4개월간 시행한다. 폭염특보는 기온과 습도를 기준으로 발령되는데 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고 하루 열지수가 32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며 하루 열지수가 41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부산의 경우 유일하게 기온과 습도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정밀 자동기상관측장비(ASOS)가 설치돼 있는 대청동관측소를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하게 된다.

그러나 대청동관측소가 바닷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최고기온이 높지 않아 실제 부산 도심의 최고기온과 5∼7도의 큰 편차를 보이면서 시민들이 도심에서 체감하는 무더위는 심하지만 폭염특보는 발령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계속된 7일 부산 대청동관측소의 낮 최고기온은 29.6도로 30도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부산지역은 인근 경남 김해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특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부산지역 방재용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10개 관측소 중 내륙에 위치한 금정과 동래의 낮 최고기온이 각각 36.4도와 36.2도로, 기온 기준으로만 따진다면 폭염경보 수준을 넘어서는 무더위를 보였으며 일광(34.9도) 대연(34.6도) 부산진(34.2도) 해운대(33도) 등 4곳도 폭염주의보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산기상청은 대청동관측소를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부산기상청은 이 때문에 대청동관측소 관측자료를 보완할 수 있는 내륙지역의 ASOS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장비 비용만 5천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이를 운용할 전문인력도 필요하고 주변 건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부지도 확보해야 해 시스템 보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시범실시에서도 부산지역 폭염특보는 단 세 차례에 그쳤다.

부산기상청 송영철 예보담당은 "현재의 부산지역 관측 시스템이 도심의 기온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있다"며 "앞으로 장비 보완 등이 이뤄지면 지역별로 세분화된 기상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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