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 주제로 쓴 긴 시 보여줘봄

내 강아지 주제로 쓴 긴 시 보여줘봄 앱에서 작성

돌아온이윤지

2022.05.27 18:48:13

조회 68 추천 1 댓글 12

희망하는

너는 길을 알았을 거야. 돌아왔다면, 침을 질질 흘려대면서, 혀를 반쯤 내놓고 달려왔을 거야. 네 혀는 나를 기억하니까. 내 온기를 너는 기억하니까.

개장수 앞 목줄을 차고 있는 너, 목에 피가 나도록 달아나려고 했었지. 네 눈을 보는 순간, 그 날 바로 너를 데려왔어. 덜덜 떠는 너를, 몇 시간을 안고 있었어.

가족들은 널 반기지 않았기에, 겨울 눈이 소복히 쌓인 옥상에 너를 안고 앉아 있었지. 나에게만큼은 소중하단 걸 알려주려고, 수백번을 불렀어. 네 새로운 이름. 강아지 한 마리 말고 네 이름. 목줄은 절대 안 채워. 약속할게.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몰라. 나는 네 아픔을 너무도 잘 아는데,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지.

너는 매일 홀로 산책하다가 들어오곤 했잖아. 잔뜩 웃으면서 내게 달려와서는. 네가 본 세상의 언어로 막 떠들어댔잖아. 알아듣지 못하지만, 나 역시 크게 웃었어. 나는 몰라, 네가 이전에 얼마나 고통받았을지를. 그래서 막 웃었어. 기쁨이라도 함께해주려고.

네가 갇혀있던 케이지 말야, 어쩌면 네게는 우리 집도 케이지였던 걸까? 내가 널 아프게 했을까?

너는 통 들어오지를 않잖아, 요즘. 너무 길게 여행하고 있잖아. 어디에 있을까. 네 성격 알잖아, 나는. 간섭하면 으르렁대며 도망가는 너를. 그래서 기다렸어. 너는 똑똑한 애니까. 언젠간 돌아오겠지, 하고.

아직도 네 슬픈 눈을 기억해.

네 발자국은 흰 눈에 쌓여 녹아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빠는 네가 세상에서조차 도망쳤다고 해.

난 네 모든 순간을 기억해. 넌 지독한 애라서 도망칠 일이 없지. 케이지 밖으로 스스로 발을 디딘 것도,멋대로 혼자 산책을 나간 것도, 우리 집 밖을 영영 나간 것도.

전부 네 선택이었으니까. 혹여 세상에 네가 없다 해도,넌 세상 밖으로 여행을 간 것 뿐야.

네가 처음으로 내 뺨을 핥을 때, 나는 무엇이라도 되고 싶었어. 친구, 가족, 주인, 모든 게. 그러니

희망아,

언젠가 만나게 될 때,

똑똑한 너는 내 눈만 봐도 알 거야.

그렇게 우린 말하게 될 거야.

서로 바라던 세상의 언어로,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같길 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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