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연모한 대가로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은 이유로

욱의 심장에는

사랑하는 정인의 칼이 꽂혔다.

굳게 닫힌 그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올

그 어떠한 빈자리도 없었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온통 무덕이로 가득 차 있었고

혹여나 그녀를 떠나보낼까

마음껏 울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가짜 낙수 사건을 계기로

장욱은 이제는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녀를 보내주자고

결심한다

그래서 경천대호를 찾아가

마음껏 슬픔을 통해내며

무덕이가 없는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는 떠난 무덕이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면 장욱은 그렇게 부연을 똑바로 보며

그녀 안에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정신 못 차릴 만큼

좋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했어야 했을 거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절대로 잔혹한 살수 환혼인

낙수가 아니어야만 했을 거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환혼인을 잡아야 하는

자신은 그녀를 벨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자신을 속이고

그렇게 모두를 속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귀도에서

진부연이 아끼고 연모하며 그리워하던

무덕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을 때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필사적으로 부정했던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니까.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장욱의 반응은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아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리며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서 비틀거렸을지도 모른다.

아마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장욱이라면

결국,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설령 그 사람을 오랫동안 그리워했고

간절히 바랐어도

서로 모른 체하는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스승 역시

똑같이 죽고 죽이는 관계를 핑계로

제자를 불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그저 그립고 보고 싶어 만난 여느 평범한 연인인 것처럼

그리 애틋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평범한 날들의 어느 하루인 것처럼

마지막을 함께 했을 듯하다.

결코, 쉽지 않았을 이 연기를

담담하게 잘 표현했던

욱과 영 두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