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 있었다.

“매버릭 보려는 데. 꼭 탑건 봐야 하나요?”

아마 열이면 아홉은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굳이 안 보셔도 상관없는데 보고 가시면 더 좋아요.”

사실 영화에 필요한 전작의 설정들은 매버릭에서

적절한 회상씬으로 다 보여주기에

탑건을 보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을 보고 가면

영화를 보면서 더욱 감정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루스터의 아버지가 구스가 매버릭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의 죽음이 매버릭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런 시선으로 매버릭을 시청하면

“제 아버지는 대령님을 믿으셨죠. 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겁니다.“

루스터의 이 대사에 매버릭과 함께 아파할 수 있게 되고

두 사람의 감정선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거만하고 당당했던 전작의 아이스맨을 상기하며

매버릭 앞에 선 쇠약해진 지금의 아이스맨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실감하게 된다.

힘겹게 내뱉는 아이스맨의

”해군엔 매버릭이 필요해. 그 애도 매버릭이 필요해.

그래서 내가 자넬 위해 싸웠고, 자네가 아직도 여기 있는 걸세“

이 대사가 엄청난 울림으로 다가온다.

환혼도 마찬가지다.

사실 시즌1을 보지 않고 시즌2를 시청하더라도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꼭 필요한 정보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잃었던 기억을 서서히 찾아가는

진부연을 통해 작중에서 충분히 말해준다.

하지만 시즌1을 보고 시즌2를 보게 되면

작품을 대하는 몰입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장욱에게 무덕이가 어떤 존재인이

그저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지게 된다.

시즌1을 보신 분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텐데

무덕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캐릭터고

우기더기의 케미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금이라도 시즌1을 정주행하시면

필연적으로 무덕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실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시즌1 20화를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드라마가 그냥 이대로 우기더기 행복하게 살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고.

시즌2에서 두 사람의 행복을 박살 낸 진무가 나오면

자동으로 찢어 죽일 놈이라며 격노하게 될 것이다.

“애틋했던 건 낙수죠. 알게 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장욱은 그리 애틋했던 여자의 진짜 얼굴은 모릅니다.

설령 그 둘이 얼굴을 마주한다고 해도

절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겁니다.”

진호경의 이 대사를 들으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무보다 진호경이 더 악마같다며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 감정은 진부연이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면서

밀실에 가두고 그 몸에서 태어난 후계자만 필요하다는

그녀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며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진부연이 기억을 찾아가면서

문득문득 문득문득 들리는 무덕이의 대사를 보며

그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제발 좀 기억을 빨리 찾아라.”

“제발 좀 진부연이 무덕이인거 빨리 알아봐라. 장욱아.”

이렇게 말하며 응원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기억을 되찾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바로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다.

사실 내가 더 좋아했는데. 한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며

무덕이의 마음을 말해주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절절하게 될 것이고

결국,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그런데도 아는 체할 수 없는 두 사람을 보며

애달파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서 그녀가 장욱에게 보내는 마지막 연서인

“사랑해.”

라는 대사를 들으며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그렇게 겨우 서로를 다시 찾았는데. 단 하루도 허락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는 서율과 같은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욕심보다 무엇이 옳은가를 선택했던 두 사람이 결국,

그토록 원하던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보답을 받게 된

아름다운 결말을 보며 지금까지 시청했던

두 사람의 모든 서사가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시즌1을 꼭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웬만하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20화나 되는 분량이 정 부담스러우시다면

시즌2만이라도 보시기를 추천한다.

시즌2만 시청해도 이 드라마와 사랑에 빠지게 되실 테고

절로 시즌1에 관심이 생겨서

일종의 프리퀄을 보는 기분으로 즐겁게 시청하게 되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