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한 후 예상과 달리 부동산 시장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곳곳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새 정부는 부동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


13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간 0.45% 올라 200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선 이후 한 달간 아파트값을 비교해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12일과 비교해 1.49%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는 2.69%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 상승률이 5.21%를 기록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송파구(2.37%), 서초구(1.81%), 강남구(1.71%) 순으로 상승했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4구가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거래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입주권 제외)은 1146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넘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6월 899건이다. 매매도 증가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는 1만416건이 매매돼 전달보다 거래 건수가 2600건 이상 늘었다. 5월 거래량으로는 실거래가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세 번째다.


분양시장도 뜨겁다. 이달 전국에서 5만7429가구의 아파트가 분양할 예정이다. 6월 기준 2000년 이후 최대치로, 대선으로 미뤄졌던 아파트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경매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8.8%로, 경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월간 낙찰가율로는 최고 수준이다. 직전 최고치는 2008년 5월 78.2%였다.


◆ LTV·DTI 강화 등 정부 규제 카드 관심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카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다음 달 말로 유예가 종료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LTV의 경우 현재 70%에서 완화 이전 수준인 50~70%로, DTI는 60%에서 50%(서울 기준)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 강도가 지나쳐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LTV와 DTI를 지역과 주택가격별로 기준을 다르게 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도입도 예상되고 있다. DSR은 주택대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금·이자를 합산해 관리하게 된다. 청약조정대상 지역 확대를 비롯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 카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부동산 114 임병철 연구원은 “LTV와 DTI 규제 강화 등 대출규제가 이어지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 등도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셀 경우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의 내용과 규제의 강도 등 수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