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 얘기를 잠깐 하자면
(세줄요약:
1. 선수 몸상태는 선수가 제일 잘 앎
2. 다년계약은 구단이 선수의 몸상태를 더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의 포기
3. 다년계약제안을 승낙하는 선수는 합리적 시한폭탄)



선수와 구단의 관계는 주인대리인이론에서 대리인과 주인의 관계라고 볼 수 있음. 구단은 성적을 내야 하고 그래서 선수와 계약을 맺어서 선수가 팀성적을 내는데 공헌하기를 바람. 콱런트가 못미덥다면 구단 대신에 팬을 대입해도 됨.

그런데 여기서 선수의 실력이나 몸상태, 공헌도에 관하여 선수가 구단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정보비대칭이 있음.

이런 정보비대칭이 있으면 선수가 구단한테 걸리지 않는 선에서 태업을 하는 도덕적 해이나, 공헌도가 앞으로 부실할 선수를 구단이 좋은 선수로 잘못 보고 잘못 계약하는 역선택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

그런데 다년계약은 주로 선수의 fa가 1,2년 남은 시점에서 그 남은 서비스타임동안은 구단이 더 안 보면서 fa에 맞먹는 수준의 거액의 돈까지 안겨주는 제도라서 아주 심각한 역선택임. 다년계약은 마치 중고차를 사는데 차량 점검절차는 생략하면서 돈은 더 얹어주는 개병신같은 행위지.

그니까 구단은 선수를 조금 더 지켜보면서 조금이라도 정보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려고 노력을 해야 역선택을 피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뻘짓이 다년계약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구단은 선수의 1, 2년을 마저 보고 호가를 정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는데 그 옵션을 그냥 내다버리는 거임. 그런다고 포기된 옵션의 가치를 반영해서 더 싸게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이 문제는 이걸 선수가 응해주면서 완성됨. 선수는 fa시점까지 기다리면 자유영입경쟁이 붙기 때문에 지금 소속구단과의 단일 창구에서 계약을 논의하는 것보다 FA에서 구단간 경쟁을 통해 돈을 더 벌 여지도 있는데, 굳이 사전에 다년계약에 응한다? FA시점으로 가면 자신이 받을 제안의 가치가 지금 받은 다년계약규모를 넘기 어렵다고 판단한 선수나 이 제안에 응하는 거임. 합리적으로 예정된 시한폭탄이지.

다년계약, 특히 투수 다년계약은 의심부터 해봐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