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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에서조차 숨기지 못한 연애의 시큼함앱에서 작성

ㅇㅇ(211.208) 2025.02.18 03:20:07
조회 360 추천 3 댓글 0

보통 한드에서는 현실에서 겪고, 결국 좌절할 일이 매우 쉽게 해결된다. 드라마 안에서의 인물들에겐 힘들지는 몰라도, 현실의 시간에선 단 한 시간 만에, 아니면 16여시간 만에 그들의 갈등이 녹아버린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평화만이 허락된다. 겹겹이 쌓여 있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과 얽히고 섥힌 실타래와 같은 갈등들은 없다. 마지막화 혹은 결말이라는 가위질 단 한번에 말이다. 편집과 각색의 예술, 이 단순함과 편리함이 가져다 주는 성취감. 이것이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바로 이런 간극이 우리가 드라마를 보게 하는 이유이며, 그 이유들이 모여, 드라마로 하여금 더욱 드라마가 되게 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더욱 더 현실의 갑갑함을 꼭꼭 숨기고자 한다.

자칫 그 가속화가 심해지면, 우리는 그걸 "막장"이라고 부르거나 "망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슈퍼-슈가와 같은 그 단맛에 중독되곤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이해는 원작의 그 시큼함을 단맛으로 덮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드라마였다.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방송사와 투자자와 광고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요즘은 솔로지옥이다 환승이다 뭐다 하며 소위 말하는 으른들의 연애가 주목받고 있어 그나마 설탕을 적게 칠 수 있었으나, 사랑의 이해는 날 것 그대로, 식초 그 자체인지라, 아무래도 설탕을 칠 수밖에 없으며, 태생이 한드이기에 핵심 주연배우들의 알콩달콩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시큼함이 나를 놀랍게 한다. 이 시큼함은 실수였을지, 아니면 의도였을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 시큼함을 남기고자 한다.

수영은 상수를 마음에 품으며 종현과 연애를 했다. 그런데 종현에 대한 그 사랑마저도 연민이었다. 동생에 대한 기억, 자신의 처지에 대한 투사, 힘들 때 힘이 된 산뜻한 이웃주민. 무엇이든 상관없다. 상수는 또 어떤가. 잘 생긴 은행 정규직종. 이것이 어디가 부족한가. 수영은 또 다른 남자와 그냥 자기도 한다(?). 드라마는 그나마 설탕을 뿌려줬지만...

그러나 수영은 결국 종현을 다시 만나진 않았다. 에게- 교통경찰? 카페로 자영업을 하는 수영의 눈에 찰리가. 수영은 그렇게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는 쓰디 쓴 쌉쌀함을 입에 굴리다가, 결국 잘나가는 사람과 뭔가 모를 애틋한 마무리를 택했다.

완전한 한드였다면, 비참한 인물은 극복하여 대성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데, 길바닥에서 김밥을 먹는 인물로 드러내진 않았을 것이고, 수영은 박물관 같은 곳에서 큐레이터라도 됐다거나, 상수는 아주 바삐 움직이는 책상에 있었을터인데, 이 모든 달달함에 시큼함이 느껴지는 것은, 워낙에 원작이 시큼한 탓일터.

복잡한 그 인물의 관계를 한드답게 마무리하자니, 애초에 꼬여 있어 설탕을 치기도 어렵고, 시큼함을 그대로 드러내자니, 투자자들이 걱정됐을터이니...

그래서 이 애매한 입장을 나름 잘 조율하여 출품한 제작진이, 당시에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후에는 고평가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분명, 이 달달한 한드라는 케이크에, 식초를 들이부은 그들의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등장인물을 비극을 위해서 과하게 소비할 필요도 없기에, 어느 정도 손을 건네준 것도 좋다. 수영의 이기심을 완전히 감추지 않은 것도, 상수의 집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도, 종현의 현실과 미래를 부풀리지 않은 것도...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평은 한드를 사랑하는지, 현실에 혹독하게 당했는지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오래된 드라마에 대한 갤러리에 이런 글을 쓰며, 다른 관점을 하나 공유해보고자 한다.

현실은 한드이기도 하며, 식초이기도 하며, 설탕이기도 하며, 소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는 한 가지의 맛만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에, 이거냐 저거냐 고민하며 갈팡질팡하고, 이리 저리 자를 대는 것조차 하나의 선택인 것을 알아차려야만 한다.

수영이 둘 다 만났으면, 수영이 상수만 잘 만났다면, 상수가 고민하지 않고 미경을 만났더라면, 종현에게 돌아갔더라면 등등...

당신은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결말 혹은 원하지 않은 결말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렇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당신이라는 인생 위에서 또 하나의 현실이다. 드라마의 내용이 당신의 인생이라는 말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 겪는 당신의 생각과 감정이 당신이라는 인생에 자취를 남긴다는 것이다.

그 드라마를 보고 화가 나거나, 답답하거나, 씁쓸하거나, 기분이 좋거나, 이해가 되지 않거나하는 당신의 모든 반응들이 그 무엇이건 그것이 당신의 그 순간의 인생이자, 당신이 간접체험으로 겪은 무언가의 세계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다.

사랑의 이해에서 주인공들이 선택의 순간에서 무언가를 했고, 그 무언가에 따라 어떤 것을 겪었지만 그것이 생각대로 되거나 되지 않았듯, 당신의 그 감정도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나 입장이나 생각이 당신을 당신이 생각했건 하지 않았건, 정반대건 하는 곳으로 인도하게 된다.

차이점은, 그나마 드라마는 시험에 합격하고, 재능을 살려 카페라도 열고, 대출 승인을 받고, 승진을 하고, 해외지사에서 잘나가고, 집이 팔리고, 순산을 했고, 사랑했던 사람끼리 다시 만났지만, 당신의 삶은 아닐 수 있다는 정도. 물론 아니라는 말은 좌절하거나 더욱 대성하거나...

이런 선택과 감정과 반응과 앞날에 대한 복잡한 과정과 그 과정을 겪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움직임이 "사랑"이라는 은유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해준 것이 바로 이 사랑의 이해라는 드라마였다. 어쩔 수 없이 한드였지만, 그 원작 자체가 너무나도 우리의 날 것을 담았기에, 그 시큼함을 숨길 수 없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다. 만. 다만. 정말 다만. 굳이 문제점을 뽑자면, 쓸데없이 길다. 16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이야, 소설이고 글이기에 심리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고, 그 묘사 자체가 작가가 설파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길 수 있다고는 쳐도, 드라마상에서는 이야기의 전개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꽤나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의도가 흐려진 시퀀스가 많았다는 것.

아주 처음부터 수영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는 각오를 했다면, 그 심리가 잘 묘사됐을 터인데, 이건 제작환경의 한계라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각 시퀀스가 붕 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추가로 진짜 사랑인지는 몰라도, 결국 매달리는 쪽이 사랑을 하는 쪽으로 보이는 관계들이 보여서 재미있었다. 사랑해서 매달리거나 아니면 그걸 알고 이용하거나.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된다면 누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어떻게 대하는지 그래서 그 상대는 어떤 이유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좌우지간 간만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았다. 유튜브 쇼츠에 뜨길래 봤다. 처음에는 스튜어디스 드라마인 줄 알았다. 미경의 스카프를 보고 착각했다. 유니폼 때문이기도 했고... 이게 내가 그 드라마를 찾아본 이유라고 한다면, 내 취향이 드러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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