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곧 장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보증된 국민 배우 '유해진'의 경우가 그렇다. 단역 시절부터 차곡차곡 레이어를 쌓으며 단독 주연을 꿰찰 위치가 된 현재까지 매번 스스로를 갱신해 온 그는 이번에도 익숙한 듯 낯선 얼굴로 변신한다. 무려 로맨틱 코미디물의 남주인공으로. 유해진 특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장기가 큰 몫을 했던 로 작품의 결을 가늠하는 이들이 많을 테고, 실제로 공통분모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시감을 상쇄하는 건 역시 배우의 탤런트.
제과 회사 연구원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는 '치호(유해진)'는 시쳇말로 철저한 'T형' 골드 미스터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집'이 일과의 전부이던 워커 홀릭 치호의 견고한 일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무한 긍정 워킹맘 '일영(김희선)'이 틈입하면서부터. 빚에 허덕이는 미혼모지만 솔직하고 당찬 일영에게 치호는 점차 매료된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깊어지는 만큼, 덩달아 이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도 하나 둘 나서며 저지하기 시작한다. 일영이 치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이라 속단하는 형 '석호(차인표)', 그리고 그의 사주로 석호에게 미인계로 접근하는 '은숙(한선화)', 에이스 연구원 석호를 일영에게 뺏기지 않으려 발 벗고 나선 사장 '병훈(진선규)' 그리고 더 이상 엄마가 상처받지 않길 누구보다 바라는 일영의 딸(정다은)까지. 그러나 이제서야 진정한 사랑을 통해 '나다움'을 되찾은 일영과 인생 제 2막에 접어든 치호는 서로를 쉬이 놓을 수 없다. 과연 이들은 현실적 한계와 반대를 극복하고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사랑이라는 정형 안에서 굴러가는 영화다. 으레 문제작이라 함은 주제가 참신하거나, 아니면 상투적인 주제라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이 독창적이어야 하는 법인데, 이 작품은 모두에 속하지 못한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비약적인 면도 다분하고, 조연 배우는 기능적으로 소비되며, 남녀 주연의 기승전결을 꾸려가는 방식이 헐겁다.
그러나 그렇게 만듦새가 탄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은 인상이 남는 까닭이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유해진 배우의 호연과 더불어 김희선, 차인표 등을 필두로 한 굵직한 주조연과 카메오 배우진들의 반가운 등장 그리고 보기 드문 순도 100%의 중년 멜로까지 한 꾸러미에 담겨 있다는 점. 유해진 배우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제껏 그의 모든 필모를 통틀어 가장 청순한 면모를 가까이서 채집할 수 있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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