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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인사들이 ‘북한 급변사태’를 연상시키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어 북 내부에서 민감한 동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위 인사들의 관련 발언들은 국가정보원에서는 물론 남북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갖는 외교부나 포용의 스탠스를 갖고 있는 통일부에서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에서 머지않아 실제로 ‘모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정보나 첩보를 바탕으로 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국회 답변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과 관련,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진척되고 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고 밝힌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조 차관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외교부 자체 판단뿐 아니라 여러 우방국을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그런(급변사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관련 첩보나 정보도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질의한 의원이 “급변사태의 정황을 설명해달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조 차관은 자신이 ‘너무 나갔다’고 판단했는지 “그렇게까지 해석했다면 수정해야겠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식의 정보 분석에 기초해서 말한 게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말들을 쏟아낸 후였다.

통일부 수장의 ‘통일 방안 수정’ 언급도 간단치 않게 들린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포럼 특강을 통해 느닷없이 “내년엔 새로운 통일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장관이 철지난 노태우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꺼내면서 “이것이 통일로 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굳이 ‘새 통일 방안’의 필요성을 이 시점에 강조하고 나선 것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다.

전문가들은 류 장관이나 조 차관의 발언들이 북한 내부 정세를 감안한 언급일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외교안보 부처 혹은 기관 내에서는 최근 부쩍 “북한 레짐 체인지에 대비해야 한다”거나 “미구에 급변사태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민감한 정보가 진짜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궁금증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