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4.07엔에 거래됐다. 아베 총리가 집권하기 이전 80엔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가치는 1년 만에 20% 이상 절하됐다.
하지만 엔저로 일본 무역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는 달리, 일본의 지난 해 1~10월 무역수지 적자는 991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819억 달러)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엔화 기준으로는 9조4000억엔 적자(전년 대비 증가율 45%)다.

이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석유,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수출산업 대부분이 원재료를 수입해서 가공, 수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가 엔저(低)로 입는 피해도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각각 5552억1300만 달러, 441억9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철강, 자동차업체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지만, 철강의 경우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따른다.

◇ 소비 개선 미지수, 재정지출 확대도 쉽지 않아

엔화약세의 수혜를 입은 일본 대기업들로 인해 내수가 살아날 지도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부채 해결을 위해 오는 4월 소비세를 인상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 1997년 소비세율 인상 뒤 일본의 2분기 내수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5% 급감했다.

윤영교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내수 위축 만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본의 인구 구조상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기 힘들고, 정부 지출 역시 이미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저로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임금인상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소비 여력은 크게 확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단기 \'디플레 탈출\', 장기 \'국가부도\' 맞을 수도

일각에서는 올해 중 일본의 재정정책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국가채무(GDP의 230%)를 고려하면 지난해 확대한 공공사업 규모 이상으로 재정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완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일본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2012년 말 138조엔에서 2014년 말 약 270조엔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이나 일본국채의 신뢰도 하락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아베노믹스의 단기적 성공이 오히려 국가부도라는 커다란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