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DB>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분기점은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기습적으로 국유화한 지난 2012년 9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본에 크게 한 방을 먹은 중국은 이후로는 국방외교 전략의 최우선 과제를 영유권 강화에 두고 있다.
이후 중국은 일본 정찰기가 양국 간 중첩되는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설 경우 30m 이내로 근접해 위협 비행을 할 정도로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어느 정도 기선을 잡았다고 판단한 중국은 이제 눈을 남중국해로 돌리고 있다. 남중국해는 동중국해보다 섬도 많고, 관련된 국가도 많아 셈법이 훨씬 복잡한 곳이다.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까지 영유권이 얽혀 있다. 중국의 전략은 실효지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본토 1000㎞에 전투기 활주로

미군기지보다 2배 이상 큰 규모

중국 남중국해 지배력 확대 우려

중국이 지난 5월부터 남중국해 시사군도에서 석유시추 작업을 본격화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해당 지역에 대해 똑같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트남이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 베트남 연안경비대 소속 선박들이 총출동해 중국의 시추 현장 주위를 둘러쌌다. 중국은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해경선을 출동시켜 베트남 선박의 진로를 가로막고, 물대포로 대응했다. 물리적 충돌로 다수 선박이 파손되고 일부 승조원이 부상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중국 당국은 “시사군도 해역은 원래부터 중국이 영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석유시추는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시사군도에서 수년 전부터 석유시추를 준비해 오기는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설비 투입을 늘리면서 본격적인 시추 작업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치와 마찬가지로 영유권 강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적 행동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남중국해 암초에 잇따라 인공섬을 설치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에 활주로와 항만을 건설해 군대를 주둔시키면 영유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은 난사군도 북부에 위치한 존슨 남 암초(중국명 츠과자오)다. 중국은 이 암초 주변지역을 매립해 공간을 확보했다. 이곳에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부두와 공항 등 군사시설도 예정돼 있다. 남중국해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그동안 하이난성에서 출동하던 전투기와 군함이 남중국해에 주둔할 수 있게 된다. 군사적 통제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이 암초 매립 경험을 바탕으로 남중국해 다른 곳에 초대형 인공섬 건설을 추진한다. 난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가 바로 그곳. 이곳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있는 44㎢ 면적의 미군기지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다.

디에고 가르시아섬은 미국의 대중동 진출에 없어서는 안 될 군사기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B-52 폭격기의 발진기지로도 사용된 곳이다. 미 공군과 해군에 대한 연료 등 물자 보급이 이 기지에서 이뤄진다. 중국이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가르시아섬보다 큰 군사기지를 설치할 경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게 된다.

사실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만조 때 높이가 수면 위로 60㎝ 정도만 드러나는 작은 바위섬이다. 중국 본토에서 무려 1037㎞나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이어도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도는 높은 파도가 쳐야 수면 위로 조금 모습을 드러내는 수중 암초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거리로 따지면 피어리 크로스 암초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반도와 가깝다. 지금은 단순히 해양과학기지만 설치돼 있는 이어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