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인데 10년 넘게 했던 음악 버리고
수능 다시 준비한다.

중고딩 때 음악 같이했던 애들은
마약이나 폭행으로 뉴스에 뜨고
나이 들 수록 창작에 대한 욕구가 사라져서
무엇보다 내가 이쪽에서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 확신이 없더라

사실 코로나 시기 때 교착상태가 꽤 길었어
출강 나가던 실용음악학원은 폐업하고
이전에 있던 소속사는 재정적으로 힘들어지고
개인적으로도 힘든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절망속에 빠져 지냈던거 같아

나름 꼴에 예술하겠다고 수도권 예술대 들어가서
현대미술 전공하고 휴학중인데
복학해서 보니까 죄다 페미에 뜬구름 잡는소리만
존나게 해서 내가 과연 여기서 뭘 할 수 있나 생각을 함

아버지가 지역 정치활동을 오래 하셨는데
(이거 때문에 나보고 제 2의 노엘이냐고 존나 놀림받음ㅋ)
이번에 시의원 되셔서 활동하는거 보고
저런 조례나 정책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함
아무튼 부양해야 할 가족의 짐이라던가
이런거는 향후 십년간은 문제 없음

집의 도움은 최대한 안 받을거임
개인레슨 세명만 돌려서
한사람당 일주일에 90분만 투자해도 생활은 가능할듯
게다가 속사에 있든 혼자있든
음악, 연극 가리지 않으면서
활동 많이했었고 무슨 예술인 지원사업 공고뜨면
여태까지 했던 활동 때문에
예술인 지원금들 분기별로 몇십 몇백 주는게 많더라고

최종 목표는 로스쿨이긴 하지만
일단 졸업하면 32 33이고
대기업 신입 취업 데드라인 컷
나오는 나이라 생각해서 과감히 수능 다시 보기로 결심 함
당연히 군필이고
국제대회 자원봉사, 대학생 멘토링 같은
대외활동은 미리 해놓은게 있어서
추후에 스토리텔링으로 써먹을게 많을듯

가족들 앞에서 계획을 말하니까
아버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다 함
(아버지는 사진 전공하고 사진관 하시다가
다 접으시고 30대 초반에 정치계로 들어감)

사실 집에서는 내가 언론인이 되기를 원했음
아무래도 정계랑 밀접하고
아버지의 인맥 등으로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니까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이
어른들 말은 다 그만한 근거에서 나오는거 같더라
내가 납득을 못 해서 그렇지ㅋㅋ

결론은 내가 10년전에 독학으로 음악 하겠다고
개지랄을 할 때 니가 무슨 음악이냐는
반응 많았지만 학원도 안다니고 실음과 수시도 뚫었고
큰돈 번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커리어라고
남길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지금 수능을 다시봐서 다른 길을 계획하겠다는
의지가 10년전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랑 같아서
무서울게 없더라

지난 일주일동안 주변 정리 다 했고
교재들 택배 도착하기 전에
출사표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