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내년 1월에 제대하는 카투사 말년 병장입니다.
인터넷으로 기웃거리다가 재수 갤러리를 보고 옛 생각 많이 나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문과 내신 250명 중 180~200등 정도..
결국 현역 시절 수능 344 / 3334 받았습니다.

수능 전 날, 집에 가서 긴장 풀고 자라는 의미로 학교도 일찍 끝내주었는데
한창 유행하던 서든 어택 8시 반까지하고 딸치고 잤으니.. 게다가 공부도 평소에 안했으니
저 성적도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담임 선생님은 천안 호서대나 선문대를 쓰자고 하십니다.. 전 원서 하나 안썼습니다.
2월 달까지 놀다가 2월 14일, 분당 청솔학원을 등록하게되었고 그 때부터 저의 재종반 (재수종합반) 생활은 시작됩니다.

친구 한 명 안사귀고, 말 한 마디 안하고, 1교시, 2교시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에도 앉아서 공부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봄에는 학원 강사가 수업 도중 여담으로 석호필 얘기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저는 전혀 이해를 못했습니다
밖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여름이 되니까 사탐 수업을 듣는 와중에 갑자기 눈물이 나려하고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학원 건물을 뛰쳐나와 학원 건물 앞에 있는 탄천을 바라보며 약 3분간 쉴새 없이 울었습니다..
우울증이었는지 뭔지.. 그렇게 울고 다시 마음 굳게 먹고 들어가 수업을 다시 듣고.. 다시 또 공부하고..

가을은 스트레스 때문에 거식증도 생겨났습니다. 뭘 먹으면 화장실 가서 토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수능 날이 되고 운 좋게 고사장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곳이 되었습니다.

그 날 아침.. 아버지와 같이 걸어가는데 서로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교문에서 모교 선생님이 주는 녹차를 마시고 아버지와 헤어지려는데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이제 그 날이 왔구나.. 나 정말 해보자... 이 날이다...


언어 시험은 참 제게 쉬웠습니다.. 침착하게 배운대로 비문학, 문학.. 그리고 13번쯤에 있는 문제였던거 같은데..
국문법 관련 문제도 잘 넘긴거 같았습니다. 언어 시험이 끝나니 주위에선 어려웠다는 반응입니다.

수리도 몇 군데에서 실수한 것 같았습니다. 등비수열 변형 문제에서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망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점심시간 입니다..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대충 반 정도 먹고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외국어.. 도 그냥 저냥 본거 같습니다.
사탐도... 그냥 저냥....

제 2외국어는 아랍어 선택했습니다.
16번이었나.. 사진을 보여주고 이게 뭐냐는 문제가 있었는데 답이 \'성지 순례\' 였습니다.
이거 하나만 풀고 나머지는 다 3번 아니면 4번으로 찍었습니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보니.. 그리고 성적표를 받아보니
121 / 1123 / 4 가 나왔고


한양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글을 쓰니 참 답답합니다. 글 재주가 없어 제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짧게나마 잘 표현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다만 그 당시 정말 정말 힘들게만 느껴졌고 우울했던 그 기억들이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 땐 그랬지.. 라며 쓴 웃음 짓게 됩니다.

재수했던 친구들을 보며 내가 그래도 재수 성공한 축에 드는가보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지금 재수 생각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건 독하게 공부하세요.
물론 결과가 좋게 나오면 더욱더 좋지만 설사 별로 안 좋게 나와도 최선을 다했다면 분명 배우는 건 있습니다..

더 적고 싶은 것도 많지만 이 쯤에서 줄입니다
그냥 그 때 느꼈던 제 감정 제 생각 솔직하게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