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조선시대 사람이셔서, 저번에 매부리했을때 자기한테 죄지었다고, 자기가 물려준 얼굴에 손댔다고 엄청 싫어했고. 신체발부수지부모라면서.

난 군대도 갔다왔고 이제 나이도 많은데 (24살),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않으니까 모든 행동패턴이 제한적이고 또 유아적이 된다고 해야하나.

이번에도 말안하고 그냥 내가 혼자가서 상담받고 수술받고 왔다. 여행간다고 하고. 원래는 원룸살았었는데 그렇게 혼자서 수습하려는 생각이었지.

수술전에 방이 나가버려서 어쩔수 없이 집으로돌아오게 됐다. 그래서 어제부터 이틀간은 얘기도 안하고 문두드리는데 밖으로 얼굴도 안비추고 있었지.

낮엔 일하러 나가시고, 저녁에 들어오니까. 밥도 원래 따로따로 먹었고.

그러다가 오늘 똥이 마려운거야. 베지밀만 쳐먹었는데 왜 똥이 마려운건지. 아무튼 잽싸게 누고 돌아왔는데 내방에서 엄마가 이런저런 약이랑 치과에서 준 사후관리서 보고 있더라. 내 얼굴보고는 확신이 들었겠지. 그래도 일단 엄마랑은 사랑하는 관계라서 (아빠랑 매번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건 밉지만.) 서로 신뢰하며 그럭저럭 바로 넘어갔지. 뭐 한거냐, 잘 됐느냐, 뭐 말을 하고 같이 가서 하지, 하시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지. 그 순간엔.

그런데 이제 아버지 귀에 그 사실이 들어가게 되니까 또 어머니께 푸념하는 소리가 내 신경을 갉아먹네.

 
나 할 때, 나 말고 내 또래 남자애들 네 명도 같이 했거든. 근데 걔네 중 세명은 아빠도 와서 문병도 하고 같이 자기도 하고, 허허 웃다가 가기도 하는 게 정말 부러웠다. 그런 장면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하기도 했지. 나는 혼자서 끙끙앓고 있는데 그렇게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더 편하고 회복하기에 좋을까.

돈도 다 내돈으로 했는데. 나는 방밖으로나가서 약도 제대로 못먹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