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좀 심하게 이질스럽거든. 뭐랄까, 비호감 차원을 떠나 첫 인상이 대번에 혐오스러운 정도.

철 모를때는, 여느 남정네들처럼 나도 스스로 생겨먹은게 중간 정도는 가는 줄 알았어.

근데 매번 일면식 없는 여자들까지, 내가 주변에 잠시라도 자리를 함께 하는 자체를 지독히 꺼려하더라.

학원이나 학교 수업시에 내 자리 부근은 항상 공석이고, 자리가 마땅찮은 도서관에서 모르는 여자 주변 자리에라도 앉을라치면, 여태껏 그 자리에서 책만 잘 파고있던 여자는 몇 분 안 가 짐 싸들고 떠버리더군.

상기 내용은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예의 하나 일 뿐이야. 이동 간의 버스 안, 인파로 줄이 밀리는 시설 등 단 낯선이들이 몇 분간 눈에 밟히는 말 없는 자리에서 조차, 주변에 내가 있으면 여지없이 여자들 표정이 썪는게 보여.

내 성격이 지저분한 편은 아니야. 몸뚱이에서 땀내라도 날까봐 하루에 두번은 샤워하고, 날 마다 갈아입은 옷은 그 날 세탁해. 친구 새끼들 말 들어보면, 쪼잔하고 치졸한 성격도 아니고. 천성이 게으르거나, 같잖게 나대서 욕먹은 적도 없었어. 진짜 극도로 인정하기 싫었는데, 고백 한 번 못해보고 여러 여자들 한테 오십 번을 넘게 차이니까, 한결 같은 문제점은 외모라고 납득이 가더라.

간밤에 주정꾼이 싸질러 놓은 토물이나, 드문 드문 하게 시골 길을 장식하는 가축 똥 마냥, 날 보는 여자들은 일단 손사래부터 쳐대니까, 지금은 아예 연애에 대한 미련을 접었어.

공부 하면서도 대체 뭣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9급행정 이라도 붙는다해도, 남들마냥 꿀발린 일상을 함께 채워 줄 반려자는 꿈도 못 꾸는데, 한참 농촌에서 바람을 타는 동남아산 여자 돈주고 사오면 뭐하겠어.

서른 다 되가는 나이에 학교 졸업도 못하고, 뿌리박힌 자괴감은 모든 자신감을 갉아 먹고.

진짜 밥 벌어먹을 직장 하나 잡는다고 시험 준비에 매진 하면서도, 시간 쪼개서 애인 만나고 없는 돈 털어가며 기념일 챙기는 수험생들 보면 못난 내가 참혹해지고, 의욕은 바닥난다.

사귐의 깊이와 외모의 층을 떠나, 애인 있는 사람들이나 과거에 한 번이라도 연애 경력이 있는 니들은 존내 행복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