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금융쪽 SI에 대해 질문했던 늅이야.
그때 워크넷에 이력서를 올렸다고 했는데...

아무튼 이력서를 올리니까, 단 이틀뿐인데 여러군데에서 연락이 오더라고.
제법 관심을 보이니까 들뜨기도 했고. 그래서 일단 다 면접일정을 잡아버렸어.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좀 무리수였던 것 같아.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한 회사에 방문을 했어. -전의 금융쪽 SI는 아니고-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소기업이긴 한데, 어지간히 작더라. 5명분량의 사무실크기?
사원들은 안보이고, 사장만 보여서 바로 면접... 아니 \'면담\'에 들어갔어.
질문은 거의 없고,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한 소개만 듣다시피해서 왔으니까.

회사는 대충 들어보니 아웃소싱을 하는 업체이고,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파견나가있대.
나는 특정 애플리케이션 코딩을 담당하는데, 결정적으로 날 맡고 가르칠 사수가 없다는거야.
뭘 배우러 회사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뭘 좀 알아야 할 수 있는거 아냐.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론 택도 없다는 건 만천하가 아는 일인데.

아무튼 사장이 -좀 인자한 인상에, 말하는 걸 들어보니 굉장히 똑똑해보여- 자신은 코볼시대부터 입문했고.
책 한권가지고 일주일 공부해서 바로 대기업 프로젝트에 투입된 이야기, 나는 맨땅에 헤딩해서 살아왔다.
언어란 게 다 비슷하고, 샘플코드는 널려있으니까, 너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일부분은 도와 주겠다.
야근은 필요하겠지만. 등등등

그래도 그렇지. 대충은 알아듣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난 애숭이 중에 애숭이야.
이제 막 학사딱지 뗄려는 참이고,
고작 1~2천줄 코드짜는데, 그렇게 신경이 곤두섰었고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이제 막 프로그래밍이란 것에 대해 코딱지만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진 수준이야.

이런 일을 시킬려면 아무리 못해도 대학원생이라든가, 일이년 경력자라든가 붙잡아야 하는거 아냐?
사장이 굉장히 무리수를 두는구나 싶더라고. 아니면 좀 부려먹다가 뻥 차버릴 심산이라든가.
뭐 웃으면서 인사는 하고 나왔지만, 허탈하더라. 그래도 내 첫 면접인데.

남들이 왜 대기업, 공무원 운운하는지도 뼈저리게 느꼈고.
중소기업에서 몇년일해서 내공쌓으면 내 삶도 좀 펴지겠지 하던 꿈도 폭삭 쪼그라 들었어.
하긴 요즘같은 실업난에 구직자에게 직접 연락해오는 기업이라니, 뻔한 일인데 괜히 기대도 한 셈이지.

워크넷쪽은 이번 면접들만 소화해보고 잘 이용하지 않으려고,
괜찮은 기업있으면 한번 넣어보긴 하겠는데.
정 안되면 1년놀던지 해서 남들 말하는 스펙이라도 쌓아서 대기업인지 중견기업인지 지원도 해보고.
더 안되면 그냥 죽던지 해야지. 에이 슈발.

가끔 프갤에 글 좀 싸지를께.
면접봐서 쓸만한 일 있음 또 씀.

PS. 아 근데, 퇴직금이 연봉의 1/13이라는 말도 하던데 이거 뭐야? 연봉, 호봉 뭐라 하던데.
별로 안좋은 소리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