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만 내도 돈줘야 한다.

프로그래밍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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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이해안가는 점 이력서를 많이 내면 패배자라고 생각하더라구요? 면접을 많이 가도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이력서 3장 이상 넘어가면 병신이라 무시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1위기업부터 순서대로 넣어서 기본 이력서 100~300개씩 씁니다 저는 판단은 채용담당자가 하는거지 구직자가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뭐 이력서 돈드는거 아니잖아요 전 그래서 작성자 : 프로외노자

gisman

2010.07.03 12:56:54

조회 212 추천 0 댓글 5

제안서만 내고 수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는거 절대 아님.

나는 수주실패를 모르는 차가운 도시의 영업맨.

보통 전화가 한 통 걸려오는걸로 일이 시작되지.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거나, 모르는 사람이 홈페이지 보고 연락을 해 와.

그럼 프로젝트 개요를 듣고 미팅을 잡아.

얼마에 하면 되겠다. 기간은 얼마나 걸리겠다. 팀은 어떻게 구성하고, 시스템 구성은 어떻게 하면 되겠다. 이런걸 개략적으로 정리해.

또한 의뢰한쪽의 홈페이지와 기사를 찾아보고, 그들의 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건지 단기적인 이유와 가능하면 장기적인 포석이 뭔지 파악해.

그리고 나서 미팅을 하지. 대개 의뢰한 쪽에서 정한 장소에서 해. 대개 서울/경기인데 대전까지 갈 때도 종종 있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프로젝트 개요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을 들은 다음, 내가 준비한 것들로 제안을 해.

회사 소개와 장점까지 설명하고 나면, 이제 내가 궁금한걸 물어봐.

예산이 얼마냐? 조정가능하냐? 프로젝트 기간,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적, 몇 개 업체를 만나봤냐? 연동해야 하는 내부 시스템은 뭐 쓰고 있냐?

내가 잘 아는 분야면, 그 자리에서 컨설팅을 해주기도 해.

마지막으로 제안 요청을 받고 설명을 들어.

회사에 돌아오면 피곤해.

준비하는데 반나절에서 하루, 미팅하는데 하루 쓴거야. 아직 제안서는 쓰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분위기가 어땠는지 나를 만나자고 한 진짜 이유가 뭔지 곰곰 생각해 보고,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과 수익성을 따져 봐.

제일 중요한건 진짜 프로젝트 하려고 부른거냐는거야. 그 다음 중요한건 들러리냐 아니냐는 거야.

이미 수행 업체가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절차적인 구색을 맞추려고, 단독입찰로 안 보이게 제안서와 견적서 몇 개 더 모으려고 부르는게 들러리야.

들러리서면 아이디어만 고스란히 경쟁업체로 넘어가는거지.

프로젝트 하지도 않을거면서 부르는건 뭐냐?

작은 회사는 이런 일 안 해. S모 그룹의 계열사분들이 잘 하지. 업계에선 다 알아.

보통 개인과 팀 단위 보고서에 들어갈 자료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프로젝트 계획이 없어. 그냥 제안서를 갖고 싶은거 뿐이야.

자기(또는 팀)이 당면한 문제를 각 분야의 전문 업체들은 어떤식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지 싹 모아서 정리하면 편하니까.

이것도 일종의 컨설팅인데, 돈 안 주고 하려니까 프로젝트 떡밥을 던지는거야.

나중에 회사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메일 한 통 보내면 그만이야.

갑이 아니라 SI 업체인 을이 요청한 미팅이면 어떨까?

뭐 비슷해. 들러리도 있고, 제안서 먹튀도 있어.

자 이제 제안서를 쓸 차례야.

제안서를 쓴다는건 개발자 아이덴티티를 갖고 사는 사람에게 고난의 행군이야. 하루 종일 삼보일배 하는거랑 맞먹고, 싫어하는 상대방과의 강요된 섹스와 같아(해봤다는건 아니고.. 그런 기분일거 같아)

자세한 제안서 얘기는 안 할게. 며칠 밤을 새워 여러명이 달려 들어서 만들어.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인건비에 인쇄/제본비를 합치면 천만원 이상의 가치가 담겨.

과장하지 말라고? 남들이 잘 안 하는 분야의 선도 업체 제안서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남들 다 하는 분야의 제안서도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려면 순수 비용만 천만원 넘게 들어. 디자이너 인건비가 2백쯤 들고, 컬러인쇄/제본만 백 이상 들어.

제안서 내고 프로젝트 못 따면 엄청 손해야. 그러니 제안서만 내도 돈 줘야 해. 그런 분위기가 되면 좋겠어.

영업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될테고, 들러리 관행도 줄고, 노하우만 쏙 빼먹는 못된 짓도 줄어들거야.

비유를 하나 해볼까?

식당에 가서 주인한테 얘기해. "50명 예약할건데 식사 해보고 결정하겠소"

밥은 먹었는데 계약은 아직 했어. 딴데도 볼거거든. 근데 돈 안 내고 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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