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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안전성’ 신화의 해체

루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7.05 14: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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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안전성’ 신화의 해체

러스트 우월주의 신화의 첫 번째 관문은, 언어의 정체성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안전성’입니다. 이 장에서는 ‘러스트의 안전성은 과연 절대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기술적 비교를 통해 찾아갑니다. 우리는 러스트의 안전성 주장을 C/C++, Ada/SPARK, 그리고 현대적인 GC 언어들과의 냉정한 비교를 통해 재평가하며, 그 과정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재정의되고 ‘메모리 안전성’의 범위가 어떻게 축소되는지, 그 기술적 실체를 분석합니다.


2.1. ‘혁신’과 ‘안전성’의 재정의: 러스트의 위치 재조명

러스트(Rust)를 둘러싼 담론의 중심에는 항상 ‘혁신’과 ‘안전성’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러스트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부 지지자들은 이 두 가치를 언어의 존재 이유이자, 다른 모든 언어에 대한 우월성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용어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그 의미를 엄밀하게 파고들기 시작하면, 견고해 보였던 논리의 성벽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절에서는 러스트의 우월주의를 지탱하는 이 두 기둥이 어떻게 교묘하게 재정의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진실이 외면당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러스트의 혁신성을 옹호하는 이들은 종종, Ada와 같은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스트가 ‘안전한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라는 가치를 비로소 대중화시킨 ‘실용적 혁신’을 이뤘다고 주장합니다. 일견 타당하게 들리는 이 주장 뒤에는,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정의하려는 교묘한 수사학이 숨어있습니다.


‘혁신’의 정의와 논리적 궤변: 러스트의 진짜 위치는 어디인가?

‘혁신(innov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방법이나 관습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러스트가 과연 혁신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타당한 문제 제기가 됩니다. 러스트가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목표, 즉 ‘GC 없는 성능과 메모리 안전성의 양립’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십 년 전, Ada와 그 정형 검증 서브셋인 SPARK는 수학적 증명이라는, 러스트의 빌림 검사기보다 훨씬 더 엄격한 방식으로 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1 또한 러스트의 핵심 설계인 ‘소유권’ 개념 역시, C++이 RAII 패턴과 스마트 포인터를 통해 발전시켜 온 자원 관리 철학의 성공적인 진화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더해, 러스트가 자랑하는 Result와 Option을 통한 명시적인 오류 처리 방식 또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는 Haskell, OCaml과 같은 ML 계열 함수형 언어들이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대수적 데이터 타입(ADT)’과 모나딕(Monadic) 에러 처리 기법을 성공적으로 차용한 것입니다.


이처럼 러스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훌륭한 개념들을 매우 영리하게 통합하고, 컴파일러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강제’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위대한 공학적 성취이지만, ‘완전한 새로움’을 의미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러스트 지지자들은 ‘혁신’의 의미를 ‘실용성의 혁신’으로 재정의하여 반론을 제기합니다. Ada의 접근법이 너무 학술적이고 비용이 높아 현실 세계에 널리 쓰이지 못한 반면, 러스트는 Cargo와 같은 현대적인 툴체인과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을 통해 ‘안전한 시스템 프로그래밍’의 가치를 대중화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논점을 교묘하게 바꾸는 논리적 궤변에 가깝습니다.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은 ‘실용적 성공’을 근거로, 마치 러스트가 ‘개념적 유일성’까지 가진 것처럼 주장하며 다른 언어들의 역사적 성취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곤 합니다.


‘실용적 혁신’이라는 반론 분석: 가치의 대중화인가, 논점 흐리기인가?

앞서 ‘완전한 새로움’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볼 때 러스트는 혁신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러스트 지지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력한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들은 러스트의 혁신이 ‘개념의 발명’이 아닌 ‘가치의 대중화’, 즉 ‘실용적 혁신’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Ada/SPARK가 추구했던 높은 수준의 안전성은 엄청난 비용(높은 학습 곡선, 복잡한 툴체인, 느린 개발 속도)을 요구했기 때문에, 결국 항공, 국방과 같은 극소수의 특수 분야에만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반면, 러스트는 Cargo라는 현대적이고 편리한 툴체인,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 그리고 활발한 커뮤니티를 통해, 이전까지는 소수의 전문가만 누릴 수 있었던 ‘안전한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라는 가치를 일반 대중 개발자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즉, 아무도 쓸 수 없었던 완벽한 기술보다,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충분히 좋은’ 기술이 더 혁신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으며, 러스트가 이룬 괄목할 만한 성취를 담고 있습니다. 러스트가 개발자 경험(DX)을 개선하고 안전성의 가치를 널리 알린 공로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실용적 혁신’이라는 주장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실용적 혁신’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이것은 종종 ‘개념적 혁신’의 부재라는 비판을 회피하고, 논점을 흐리기 위한 수사학적 도구로 사용됩니다. ‘A는 개념적으로 새로운가?’라는 질문에 대해, ‘A는 시장에서 성공했고 사용하기 편하다’고 답하는 것은 동문서답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러스트 커뮤니티의 일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논리적 비약을 저지릅니다. 그들은 러스트의 ‘실용적 성공’을 근거로, 마치 러스트가 ‘개념적 유일성’까지 가진 것처럼 주장하며 Ada와 C++ 같은 언어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역사적 성취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합니다.


결국 ‘실용적 혁신’이라는 주장은, ‘혁신’의 본래 의미에 대한 비판을 피하면서도 ‘혁신’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은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 사용되는 편리한 논리입니다. 이는 이 책이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자신들의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용어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재정의하고 논점을 흐리는 태도의 또 다른 예시일 뿐입니다.


‘메모리 안전성’의 범위 축소: 의도적으로 외면된 ‘메모리 릭(memory leak)’ 문제

용어의 재정의 문제는 ‘혁신’이라는 단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러스트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핵심 가치에서 이 문제는 더욱 교묘하고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러스트는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난 메모리 안전성을 제공합니다. 컴파일러는 널 포인터 역참조, 해제 후 사용(use-after-free), 데이터 경쟁(data race)과 같은 치명적인 메모리 오류들을 컴파일 시점에 거의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이것은 러스트가 C/C++에 비해 갖는 명백한 우위입니다.


그러나 이 견고해 보이는 안전성의 성벽에는, 교묘하게 가려진 ‘사각지대’가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메모리 릭(memory leak)입니다. 메모리 릭은 프로그램이 할당된 메모리를 해제하지 않아, 시스템의 가용 메모리가 점차 줄어드는 심각한 메모리 관리 문제입니다. 그런데 러스트의 ‘안전성 보장’은 이 메모리 릭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Rc<T>와 RefCell<T>을 함께 사용할 때 발생하는 순환 참조(reference cycle)는 메모리 릭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safe’ 코드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러스트가 메모리 릭을 막지 못한다는 기술적 한계 자체가 아닙니다. 진정한 문제는 러스트 커뮤니티의 일부가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용어를 홍보할 때, 이 메모리 릭 문제를 의도적으로 논의의 범위에서 제외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물론 순환 참조로 인한 메모리 릭은 C++의 다이아몬드 상속 문제처럼 참조 카운팅 기반 스마트 포인터를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가진 고전적인 문제입니다. 핵심은 문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다른 언어 커뮤니티는 이를 잘 알려진 한계로 인정하는 반면, 러스트 커뮤니티 일부는 ‘완전한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서사를 위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필자 역시 러스트를 공부하며 메모리 릭 문제를 제기했을 때, “러스트가 보장하는 메모리 안전성은 메모리 릭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논점에서 벗어난다”는 식의 답변을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요?


러스트의 공식 문서, 특히 ‘러스트노미콘(The Rustonomicon)’에 따르면 러스트의 ‘안전성(safety)’이 보장하는 것은 단 하나, 즉 “안전한(Safe) 코드는 절대로 Undefined Behavior(UB, 정의되지 않은 동작)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UB란 널 포인터 역참조나 데이터 경쟁처럼 프로그램의 동작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오류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메모리 안전성’을 ‘Undefined Behavior(정의되지 않은 동작)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범위를 좁게 재정의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메모리 릭은 Undefined Behavior가 아니므로, 러스트는 ‘메모리 안전한’ 언어가 맞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커뮤니티의 일부가 이 기술적으로 협소한 정의를, 대중을 상대로 한 홍보에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개발자가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단어에 기대하는 바와 실제 보장 내용 사이의 인지적 간극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러스트가 마치 ‘모든 메모리 관련 문제를 해결한 언어’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낳습니다. 자신들의 한계를 가리고 ‘완벽한 안전성’이라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용어의 범위를 축소하는 행위는, 이 책이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논점 흐리기와 사실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C언어 개발자들의 문화와 비교해 볼 때, 그 모순과 특수성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C언어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메모리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메모리 관리를 온전히 개발자의 ‘책임’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에게 메모리 릭을 포함한 메모리 관리에 대한 토론은, 피해야 할 ‘치부’가 아니라 실력을 가늠하고 향상시키는 ‘일상적인 훈련’에 가깝습니다.


반면, 러스트 커뮤니티의 일부는 ‘도구의 완벽함’이라는 신화를 수호하기 위해, 도구가 해결하지 못하는 특정 문제(‘메모리 릭’)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논점 이탈’이라며 방어벽을 칩니다. 이는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개발자의 역량으로 내재화하는 대신, 문제 자체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외재화하려는 시도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러스트 우월주의가 기술적 논쟁을 넘어, 어떻게 책임과 성숙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2.2 증명의 영역: Ada/SPARK의 수학적 안전성과 러스트의 한계

러스트의 ‘안전성’이 C/C++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전성이 시스템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정점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명백한 과장입니다. 안전성이라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가장 엄격한 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를 지배해 온 Ada/SPARK 생태계와 러스트의 보장 수준을 직접 비교해야만 합니다.


러스트의 안전성 보장: ‘메모리 안전’의 영역


러스트의 핵심적인 안전성은 ‘소유권’과 ‘빌림’ 규칙을 통해 컴파일 시점에 메모리 안전(memory safety)과 데이터 경쟁(data race) 부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컴파일만 통과하면 해당 유형의 버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선언이며, ‘무비용 추상화’ 원칙 덕분에 런타임 성능 저하 없이 이 모든 것을 달성합니다. 이것은 러스트가 이룬 위대한 공학적 성취입니다.


하지만 러스트의 보장은 이 영역에 머무릅니다.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논리적 정확성(logical correctness)이나, 모든 종류의 런타임 오류(runtime error) 부재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정수 오버플로, 배열 인덱스 초과, 0으로 나누기 등의 오류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메모리 오염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는 대신, ‘패닉(panic)’이라 불리는 통제된 프로그램 중단으로 이어질 뿐,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안정적 실행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Ada/SPARK의 안전성 보장: ‘프로그램 정확성’의 영역


반면, Ada/SPARK 생태계는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안전성을 목표로 합니다.


Ada의 기본 안전성: Ada 언어 자체는 강력한 타입 시스템과 계약 기반 설계(pre, post 조건 등)를 통해 메모리 오류뿐만 아니라 논리적 오류까지도 방지하려 시도합니다. 특히 정수형 연산에서의 오버플로를 기본적으로 검사하며, 오버플로가 발생할 경우 런타임에 Constraint_Error와 같은 예외(exception)를 발생시킵니다. 이는 단순히 오류를 알리는 것을 넘어, 오류 복구를 통해 시스템의 생존을 지향하는 핵심적인 설계 철학을 보여줍니다. 즉, 시스템은 예외를 처리한 후에도 임무를 지속하는 ‘회복력(resilience)’을 갖추게 됩니다. 반면, 러스트의 접근 방식은 이와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러스트의 panic 역시 기술적으로는 std::panic::catch_unwind를 통해 잡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스레드나 FFI 경계에서 피해를 격리하기 위한 예외적인 수단입니다. 러스트의 기본 철학은 panic을 ‘회복 불가능한 버그’로 간주하고 해당 스레드를 즉시 중단하는 것이며, 이는 Ada가 추구하는 ‘회복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목표입니다.


SPARK의 수학적 증명: SPARK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da의 ‘런타임 검사’조차 필요 없게 만든다. SPARK의 정형 검증 도구는 코드의 실행 경로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런타임 오류 자체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여기에는 정수 오버플로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산술적 오류, 배열 인덱스 초과, 0으로 나누기 등이 포함됩니다.


아래 표는 두 언어(와 서브셋)의 보장 수준 차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오류 유형 Rust Ada (기본) SPARK

메모리 오류 (UB) 컴파일 시 차단 (보장) 컴파일/런타임 차단 (보장) 수학적으로 부재 증명

데이터 경쟁 컴파일 시 차단 (보장) 컴파일/런타임 차단 (보장) 수학적으로 부재 증명

정수 오버플로 panic 또는 순환(설정따라 다름) 런타임 예외 발생 (안전) 수학적으로 부재 증명

배열 범위 초과 panic (프로그램 중단) 런타임 예외 발생 (안전) 수학적으로 부재 증명

논리적 오류 프로그래머 책임 계약 기반 설계로 일부 방지 계약에 따라 부재 증명 가능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러스트의 안전성은 뛰어나지만, 이는 Ada/SPARK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층적이고 수학적인 보증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특히 Ada는 오버플로를 포함한 산술적 오류를 언어 표준에 따라 기본적으로 검사하여 예외를 발생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러스트가 릴리즈 모드에서 오버플로를 묵시적으로 처리(예: 순환, wrapping)하거나, 사용자가 빌드 환경 설정(예: cargo.toml)을 통해 명시적으로 검사를 활성화해야 하는 방식과 대비되는 Ada의 주요 안전성 특징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러스트의 안전성이 마치 ‘궁극의 정점’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커뮤니티의 지배적인 서사는, 오직 C/C++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더 넓은 기술의 역사를 외면하는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시각에 불과합니다.


2.3 진화하는 거인: 현대 C/C++ 생태계의 다층적 안전성

러스트의 ‘구원자 서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마’가 필요하며, 그 역할은 언제나 C/C++의 몫이었습니다. 러스트의 정체성은 “C/C++이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메모리 문제들을 해결했다”는 대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이 주장은 C/C++을 1990년대의 모습, 즉 malloc/free와 날것의 포인터가 난무하던 시대에 박제시켜 놓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위험한 C++’이라는 이 낡은 프레임은, 지난 20년간 C++ 언어 자체와 그 생태계가 겪어온 눈부신 ‘진화’를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현대 C/C++ 개발의 현실은, 러스트 일부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으며, 다음과 같은 다층적 안전망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언어의 진화: 모던 C++와 스마트 포인터


첫째로, 언어 자체의 발전입니다. C++11 표준 이후 ‘모던 C++’이라 불리는 현대 C++은, RAII 패턴을 언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 포인터(std::unique_ptr, std::shared_ptr)를 표준 라이브러리에 도입했습니다. 이는 자원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메모리를 자동으로 관리하여, 구식 C++의 고질적인 메모리 문제 상당수를 방지합니다.


도구 생태계의 성숙: 자동화된 다층 방어


둘째는 정적 및 동적 분석을 아우르는 성숙한 도구 생태계입니다. 오늘날 전문적인 C/C++ 개발자들은 다음과 같은 자동화된 도구들을 겹겹이 쌓아 안전성을 확보합니다.


실시간 린팅: Clang-Tidy와 같은 린터(linter)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잠재적인 오류와 좋지 않은 코딩 습관을 지적하며, 현대적인 IDE에 통합되어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첫 번째 안전망이 됩니다.

정적 분석: Clang Static Analyzer, Coverity, PVS-Studio와 같은 강력한 정적 분석 도구들은 코드베이스 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컴파일하기 전에 수많은 잠재적 버그를 찾아내는 두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동적 분석: Valgrind와 같은 동적 분석 도구는 프로그램을 실제 실행하며 메모리 접근을 감시하여, 정적 분석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묘한 메모리 릭이나 use-after-free 등의 오류를 런타임에 정확히 잡아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세 번째 안전망을 구축합니다.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의 접근법: 엄격한 규율과 증명


셋째,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 항공, 의료 기기와 같이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Critical)’ 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엄격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분야에서 C/C++은 ‘날것 그대로’ 사용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체계를 통해 신뢰성을 ‘검증’받습니다.


코딩 표준 강제: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된 MISRA C/C++와 같은 코딩 표준은, 동적 메모리 할당이나 재귀 함수 호출처럼 예측 불가능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언어 기능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안전한 코딩 패턴을 강제합니다.

코드 계약 명시: 개발자는 SAL(Standard Annotation Language)이나 ACSL(ANSI/C Specification Language)과 같은 애노테이션 언어를 사용하여 ‘이 포인터는 절대 null이 아님’ 또는 ‘이 함수가 실행된 후에는 이 값이 양수여야 함’과 같은 ‘계약’을 코드에 직접 명시합니다.

정적 검증 수행: 이렇게 작성된 코드는 Polyspace, Frama-C와 같은 정적 코드 검증(Static Code Verification) 도구를 통해, MISRA 표준과 명시된 계약의 준수 여부 및 런타임 오류 발생 가능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받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한 C/C++ 코드는,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은 모든 C++ 개발자가 이러한 현대적인 도구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른다고 가정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C++ 프로젝트가 여전히 낡은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바로 그 때문에 메모리 관련 보안 사고가 발생하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입니다.2 이 책이 지적하는 것은 ‘C++ 개발자들은 완벽하다’가 아니라, ‘C++ 생태계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처럼 다층적인 방법론을 고안하고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 자체를 러스트의 우월주의 서사가 어떻게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평가절하하는가입니다.


결론적으로,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C/C++은 위험하다’는 러스트 지지자들의 주장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낡은 과거의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러스트의 컴파일러 내장 안전장치가 매우 강력하고 훌륭한 접근법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이 안전을 향한 유일한 길이 아니며, ‘모던 C++ 언어와, 일반적인 정적/동적 분석, 그리고 미션 크리티컬 분야의 엄격한 검증’으로 이어지는 C/C++의 다층적 안전성 확보 방식 또한 존중받아야 할 현실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2.4 실용적 대안: 가비지 컬렉션의 재평가 (Go, C#, Java)

러스트의 ‘영웅 서사’에서 C/C++이 ‘타도해야 할 낡은 악마’라면, 가비지 컬렉션(GC)을 사용하는 언어들(Go, C#, Java 등)은 ‘성능을 포기한 나태한 자들’로 묘사되곤 합니다. 러스트 지지자들은 종종 “GC는 예측 불가능한 ‘Stop-the-World’ 멈춤 현상을 유발하고, 메모리 사용량이 많아 진짜 시스템 프로그래밍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며, GC가 없는 러스트의 우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1990년대의 초기 GC 기술에 대한 기억에 머물러 있는, 시대착오적인 비판에 불과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가비지 컬렉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현대의 GC는 과거의 비효율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능과 예측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주류 언어들이 사용하는 GC는 제너레이셔널(Generational) GC, 동시성(Concurrent) GC, 병렬(Parallel) GC 등 정교한 기법들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의 실행을 거의 방해하지 않으면서 메모리를 관리합니다. 특히 Go 언어의 GC는 마이크로초(µs) 단위의 매우 짧은 멈춤 시간을 목표로 설계되어, 수많은 고성능 네트워크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Java 진영의 ZGC나 Shenandoah GC와 같은 최신 GC들은 수백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거대한 힙(Heap)에서도 밀리초(ms) 수준의 일시 정지를 보장하며, ‘GC 때문에 시스템이 멈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의 차이일 뿐,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아닙니다.


러스트의 비용: 개발자가 ‘빌림 검사기와 싸우는’ 정신적 비용과 가파른 학습 곡선, 그리고 긴 컴파일 시간이라는 ‘인간의 시간’과 ‘개발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합니다.

현대 GC 언어의 비용: 런타임에 약간의 CPU와 메모리 자원을 사용하는 ‘기계의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합니다.

러스트 커뮤니티의 일부는 ‘인간의 고통’을 감수하여 ‘기계의 완벽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을 유일하게 올바른 길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값비싼 개발자의 시간을 아끼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저렴한 하드웨어 자원을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하드웨어 제약이 극심한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하드 리얼타임(hard real-time) 운영체제와 같이 GC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운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하여 모든 GC 언어를 ‘시스템 프로그래밍에 부적합하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편협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절대적 우위는 없다: 성능, 메모리, 생산성의 상충 관계 분석

지금까지 우리는 Ada/SPARK의 수학적 증명, 진화하는 C/C++ 생태계, 그리고 현대적인 가비지 컬렉션(GC) 언어라는 다양한 선택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모든 논의는 단 하나의, 그러나 매우 중요한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바로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완벽한 언어, 즉 ‘만능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세계는 언제나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특성은 성능(performance), 메모리 제어(memory control), 그리고 개발 생산성(developer productivity)이라는 세 가지 축 위에서 평가받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최고 수준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각 언어와 생태계는 자신들의 철학에 따라 이 세 가지 요소 사이에서 각기 다른 지점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C/C++: ‘개발 생산성’과 ‘안전성’을 희생하는 대신, ‘절대적인 성능과 메모리 제어권’을 선택했습니다. 개발자는 강력한 힘을 얻는 대가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합니다.

Java/Go/C#: ‘절대적인 성능과 메모리 제어권’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압도적인 개발 생산성’을 선택했습니다. 기계(GC)가 더 많은 일을 하는 대가로, 인간은 더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Ada/SPARK: 다른 모든 가치보다 ‘궁극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선택했습니다. 그 대가로 가장 높은 수준의 개발 비용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러스트: “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으려 시도한, 이러한 상충 관계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는 도전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빌림 검사기와의 싸움으로 대표되는 ‘가파른 학습 곡선과 인지적 부하’, 즉 ‘개발 생산성’의 일부를 비용으로 지불합니다.

문제는 러스트 커뮤니티의 일부가, 자신들이 절충하여 선택한 이 독특한 지점이 마치 유일하게 올바르거나 도덕적으로 우월한 길인 것처럼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공학적 현실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태도입니다.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에 따라 최적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빠른 시장 출시가 중요한 웹 서비스 백엔드에, 러스트의 높은 학습 비용과 생태계 미성숙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때는 Go나 C#이 더 나은 선택지입니다.

단 하나의 런타임 오류도 허용할 수 없는 항공기 제어 시스템이라면, 러스트가 아닌 SPARK가 정답입니다.

새로운 CLI 도구나 웹 브라우저의 핵심 엔진처럼, 메모리 안전성과 성능이 동시에 극도로 중요한 특정 ‘틈새시장’에서는 러스트가 아주 훌륭하고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특정 문제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있을 뿐입니다. 모든 언어는 각자의 장점과 그에 따르는 비용을 가집니다. 성숙한 엔지니어는 이러한 상충 관계를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사람입니다. 특정 언어를 ‘만능 해결책’처럼 여기고 다른 모든 대안을 깎아내리는 태도는, 기술적 성숙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메모리 너머의 위험: 러스트가 막지 못하는 버그들

지금까지 우리는 러스트의 안전성이 가진 한계와, 그것이 다른 언어 및 생태계와 비교하여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 않음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러스트가 자랑하는 그 강력한 ‘안전성’이 오직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매우 특정한 영역에 국한된다는 점입니다.


러스트 커뮤니티의 ‘안전성’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는, 자칫하면 “러스트로 컴파일된 프로그램은 치명적인 버그로부터 자유롭다”는 위험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닙니다. 러스트의 안전망은 견고하지만 특정 영역만을 보호합니다. 그 성벽 너머에는 컴파일러가 감지하지 못하는, 그리고 전적으로 개발자의 책임으로 남는 광활한 버그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논리적 오류 (Logical Errors): 소프트웨어 버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논리적 오류입니다. 코드는 메모리 관점에서 완벽하게 안전하고, 컴파일러는 아무런 경고도 보내지 않지만, 프로그램은 완전히 잘못된 동작을 합니다. 이자 계산 프로그램이 덧셈 대신 뺄셈을 하거나, 할인율을 두 번 적용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러스트의 빌림 검사기는 당신의 코드가 메모리 관점에서 안전한지는 알지만, 당신의 코드가 ‘옳은 일’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정수 오버플로 (Integer Overflows): 디버그 모드에서는 정수 오버플로 발생 시 panic을 일으키지만, 성능이 중요한 릴리즈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값이 조용히 순환(wrap)해버립니다. 이는 의도된 설계지만, 예기치 못한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 재고 수량이 음수가 되거나, 자금이 사라지는 등의 심각한 논리적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원 고갈 (Resource Exhaustion):

메모리 릭: 앞서 지적했듯, Rc와 RefCell의 순환 참조는 safe 코드에서도 메모리 릭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오래 실행될수록 가용 메모리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입니다.

기타 자원: 러스트는 파일 핸들, 네트워크 소켓, 데이터베이스 커넥션과 같은 자원을 자동으로 닫아주지 않습니다. 개발자가 직접 자원 해제를 관리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결국 자원 고갈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데드락 (Deadlocks): 러스트의 소유권 시스템은 여러 스레드가 동일한 데이터에 동시에 접근하여 발생하는 ‘데이터 경쟁’을 훌륭하게 막아줍니다. 하지만, 여러 스레드가 서로 다른 자원을 점유한 채 상대방의 자원을 무한정 기다리는 ‘교착 상태(데드락)’는 방지하지 못합니다. 이는 메모리 문제가 아닌, 동시성 설계의 논리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러스트는 C/C++ 시대의 가장 고질적인 악몽이었던 메모리 오류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념비적인 진전을 이룬 언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버그 없는 소프트웨어’를 보장하는 만능 해결책은 결코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본질적인 어려움은 언제나 복잡한 요구사항을 정확한 논리로 구현하는 데 있으며, 이 책임은 그 어떤 위대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개발자 자신에게 있습니다. 도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신화일 뿐입니다.


2.5. 안전이라는 신화의 그림자: unsafe의 역설

러스트가 그토록 강력하게 내세우는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약속은, 언뜻 보기에 프로그램의 모든 영역에 철통같은 방어막을 드리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안전한 왕국’ 안에는, 컴파일러의 엄격한 규칙으로부터 스스로를 면제시키는 특별한 열쇠가 존재합니다. 바로 unsafe 키워드입니다.


unsafe란 무엇인가: 다섯 가지 위험한 권능

unsafe는 러스트에서 다섯 가지 특정 동작을 허용하는 키워드입니다. 안전하다고 간주되지 않으며, 컴파일러가 보장하는 메모리 안전 규칙을 잠재적으로 위반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자에게 열어줍니다. 그 다섯 가지 동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시 포인터(raw pointer)의 역참조 (*const T와 *mut T): 안전한 러스트는 유효성이 검증된 참조(&와 &mut)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지만, unsafe 블록 내에서는 C/C++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효성이 보장되지 않은 원시 포인터를 직접 다룰 수 있습니다. 이는 댕글링 포인터, null 포인터 접근 등 수많은 메모리 안전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됩니다.


공용체(union)의 필드 접근: 공용체는 여러 타입의 데이터를 같은 메모리 공간에 저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타입입니다. 어떤 시점에 어떤 타입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지 컴파일러가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unsafe 블록 내에서만 접근이 허용됩니다. 이는 데이터 해석 오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unsafe 함수 호출: unsafe로 표시된 함수는 안전하지 않은 동작을 수행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코드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함수를 호출하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명시적인 선언이므로 unsafe 블록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FFI(Foreign Function Interface)를 통해 C와 같은 안전하지 않은 언어로 작성된 코드를 호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unsafe 특성 구현: unsafe 특성은 해당 특성을 구현하는 타입이 특정한 안전하지 않은 불변성(invariant)을 만족해야 함을 나타냅니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동작이나 메모리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unsafe 특성을 구현하는 것 역시 unsafe로 표시해야 합니다.


static mut 변수의 수정: 정적(static)으로 선언된 가변(mut) 변수는 프로그램의 전역 상태를 나타내며, 여러 스레드에서 동시에 접근 및 수정될 경우 데이터 경쟁(data rac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러스트는 이를 엄격히 금지하지만, unsafe 블록 내에서는 이러한 변수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악으로서의 존재 이유와 ‘안전한 추상화’의 이면

그렇다면 안전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언어가 왜 이러한 ‘탈출구’를 마련해 두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러스트가 현실 세계에서 유용한 ‘시스템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상과의 소통: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러스트의 안전 규칙을 알지 못합니다. 하드웨어의 특정 메모리 주소에 직접 접근하거나, C언어로 작성된 운영체제의 API나 외부 라이브러리를 호출하기 위해서는, 컴파일러의 통제를 벗어나는 unsafe 코드가 필수적입니다.


컴파일러의 한계 초월: 빌림 검사기는 매우 뛰어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일부 복잡한 자료구조나 고도로 최적화된 코드는, 실제로는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빌림 검사기의 분석 능력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컴파일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unsafe는 이러한 컴파일러의 한계를 넘어, 개발자가 ‘안전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실제로 러스트의 표준 라이브러리 내부도 수많은 unsafe 블록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 위험한 코드가 안전하게 추상화되어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입니다.


러스트 개발자들은 종종 unsafe가 필요한 이유를 운영체제와의 상호 작용, 저수준 시스템 프로그래밍, 그리고 성능 최적화 등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경우뿐이라고 설명하며, unsafe 코드는 안전한 추상화 계층으로 감싸져 사용자에게는 안전한 인터페이스만 제공되므로 최종 사용자는 unsafe의 존재를 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러한 설명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Vec<T>, String, HashMap과 같은 러스트 표준 라이브러리의 핵심 타입들은 내부적으로 unsafe 코드를 사용하여 성능을 최적화하거나 시스템 자원을 직접 관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안전한 추상화’조차도 그 기반에는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한 unsafe 코드가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표준 라이브러리나 널리 사용되는 크레이트의 unsafe 코드에 버그가 발생한다면, 그 영향을 받는 모든 ‘안전한’ 러스트 코드 역시 예상치 못한 메모리 안전 문제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unsafe 블록이 단 하나라도 포함되는 순간,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안전성은 더 이상 컴파일러에 의해 100%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제 프로그램의 안전성은, 코드 전체에 흩어져 있는 모든 unsafe 블록들이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작성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하게 됩니다.


FFI: ‘완벽한 안전성’ 신화의 치명적 자가당착을 드러내는 거울

unsafe가 드리우는 그림자의 가장 극명한 사례이자, 러스트의 ‘완벽한 안전성’ 신화가 무너지는 핵심 지점은 바로 FFI(Foreign Function Interface)에서 나타납니다.


러스트는 C/C++이 가진 메모리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을 ‘대체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우며 등장했습니다. 가비지 컬렉터 없이도 철통같은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러스트의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자 홍보 문구입니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서사는 FFI라는 ‘현실의 문’을 만나는 순간, 심각한 모순에 빠집니다.


현실에서 러스트 코드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영체제 API, 하드웨어 드라이버, 수십 년간 쌓인 방대한 C/C++ 라이브러리 등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은 필수적입니다. 이 연결 고리의 대부분은 FFI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FFI의 본질은 러스트가 자랑하는 빌림 검사기(borrow checker)의 통제를 벗어나 unsafe 블록 안에서 C의 ‘날것’ 그대로의 메모리 모델을 다루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러스트가 약속했던 ‘완벽한 안전성’은 허상으로 드러납니다. 러스트가 그토록 비판했던 C/C++의 모든 메모리 오류(널 포인터 역참조, 해제 후 사용, 버퍼 오버플로 등)와 보안 취약점의 위험이 unsafe FFI 코드를 통해 러스트 프로젝트 안으로 그대로 유입됩니다. 러스트는 C/C++을 ‘대체’하여 위험을 없애겠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기존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려면 자신의 안전망을 해제하고 그 위험을 고스란히 끌어안아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FFI 바인딩을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C 라이브러리의 헤더 파일이 변경될 때마다 러스트 바인딩을 수동으로 업데이트하고, 복잡한 타입 매핑과 포인터 관리를 unsafe 환경에서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러스트가 지향하는 ‘생산성’이라는 가치마저 퇴색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가장 큰 모순은 바로 이 지점에서 폭발합니다. FFI를 사용한 라이브러리에서 심각한 메모리 에러가 발생하면 일부 러스트 강성 옹호자들은 러스트는 잘못이 없다며 C/C++을 ‘위험하다’, ‘나쁘다’고 비난하며 심지어 RIIR(Rewrite It In Rust)이라는 구호까지 외치며 멀쩡히 잘 작동하는 남의 프로젝트에까지 러스트로 재작성하라고 강요하며 전 세계적으로 폐해를 끼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러스트 프로젝트는 FFI를 통해 C/C++로 작성된 기존 라이브러리(운영체제 API, 하드웨어 드라이버, 방대한 레거시 코드)에 깊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FFI는 러스트가 시스템 프로그래밍 영역에서 존재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러스트의 ‘완벽한 안전성’과 ‘대체 언어’라는 핵심 주장에 치명적인 모순을 드러냅니다. 러스트가 주장하는 유토피아는 unsafe FFI라는 낡고 위험한 ‘지하 통로’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셈입니다. 이 FFI의 현실적인 복잡성과 내재된 위험은 러스트가 자랑하는 안전성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며, 러스트의 과장된 서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박입니다.


책임 전가의 위선: “당신이 unsafe를 잘못 쓴 탓”

unsafe 블록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기술적인 허점을 넘어 커뮤니티의 ‘지적 위선(intellectual hypocrisy)’과 ‘책임 전가’를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러스트의 안전성을 칭송할 때와, 그 안전성이 깨졌을 때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이중적인 모습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러스트 커뮤니티는 C/C++의 위험성을 비판하며, 러스트의 빌림 검사기가 어떻게 개발자를 ‘인간의 실수’라는 책임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떤 라이브러리에서 unsafe 코드로 인한 메모리 오류나 세그멘테이션 폴트가 발생하여 보고되면,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의 태도는 돌변합니다. “러스트가 안전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그들은 즉시 다음과 같은 방어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혹시 unsafe 코드를 사용하지는 않으셨나요? 그 라이브러리는 unsafe를 얼마나 사용하나요? 당신은 unsafe를 안전하게 감싸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의 저의는 명백합니다. 프로그램의 붕괴는 ‘러스트의 안전성 보장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unsafe를 부주의하게 사용한 탓’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책임은 다시 ‘인간의 실수’에게로 전가됩니다. ‘안전한 러스트’의 신화는 흠집 없이 유지되고, 모든 실패는 ‘안전하지 않은 코드’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개인의 책임으로 축소됩니다.


이러한 책임 전가가 위선인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듯 unsafe가 일부 전문가만 사용하는 특수한 기능이 아니라, 사실상 모든 실용적인 러스트 프로그램의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Vec<T>, String, HashMap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구조조차도 그 내부 구현은 unsafe 코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운영체제와 통신하는 모든 저수준 기능, 다른 언어와의 모든 상호작용(FFI)은 unsafe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즉, 안전한(safe) 러스트의 편리함과 성능은, 누군가가 작성한 불안전한(unsafe) 코드라는 희생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모순에 빠집니다.


성공 시: “우리가 unsafe를 안전하게 추상화하여 제공했기 때문에, 당신은 안전하게 코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러스트의 위대함입니다.”


실패 시: “당신이 사용한 라이브러리에 unsafe가 있었군요. 그것은 러스트의 안전성 보장 범위 밖의 일입니다. 러스트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unsafe 코드를 작성하는 용감한 개발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안전성 신화’의 단물만을 취하려는 기만적인 행위입니다. 이는 커뮤니티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저수준 라이브러리 개발을 위축시키는 명백한 ‘위선’입니다.


철학의 차이: Ada/SPARK와의 비교를 통한 결론

앞서 논의했듯이, Ada와 SPARK 역시 Unchecked_Conversion과 같은 안전하지 않은 연산을 위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Ada/SPARK는 이러한 ‘안전하지 않음’을 훨씬 더 명시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SPARK는 정적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위험을 최대한 컴파일 시점에 포착하려고 노력하며, 증명 불가능한 코드에 대해서는 개발자에게 명시적인 계약(Contract)을 요구합니다. 즉, ‘위험’의 존재를 숨기거나 축소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어 관리하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러스트의 unsafe는 때로는 ‘안전한 추상화’라는 포장지 뒤에 그 위험성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러스트 지지자들은 ‘Safe Rust’의 안전함만을 강조하며, 그 안전함이 내부의 unsafe 코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축소하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건물을 자랑하면서 그 건물의 부실한 기초 공사는 언급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우리는 안전한 언어이며, 너희의 방식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도 필요할 때는 그 ‘위험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지적 위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unsafe가 드리우는 그림자

unsafe 키워드는 러스트가 가진 강력한 성능과 유연성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러스트가 내세우는 ‘절대적인 메모리 안전성’이라는 신화에 드리우는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unsafe의 존재는 러스트의 안전성이 언어 자체의 불변적인 속성이 아니라, ‘Safe Rust’라는 특정 영역 내에서 컴파일러에 의해 보장되는 일종의 ‘계약’임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그 ‘계약’의 이행 여부는 결국 인간 개발자의 책임에 달려 있습니다.


unsafe에 대한 솔직하고 균형 잡힌 논의 없이 러스트의 ‘안전성’을 논하는 것은, 마치 방정식의 중요한 변수 하나를 숨기고 해답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러스트 생태계가 진정으로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unsafe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잠재적인 위험성을 투명하게 논의하며, Ada/SPARK처럼 ‘안전하지 않음’을 관리하기 위한 더욱 엄격하고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unsafe는 러스트의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러스트의 진정한 한계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그 거울을 외면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적 나르시시즘’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2.6. ‘안전한 실패’의 역설: Segmentation Fault와 Panic

패닉의 본질: 메모리 오염 없는 크래시(Crash)일 뿐인가?

러스트의 안전성 신화를 방어하는 마지막 논리는 “설령 프로그램이 죽더라도, 러스트는 안전하게 죽는다”는 것입니다. C/C++에서 발생하는 세그멘테이션 폴트(Segmentation Fault)는 메모리 오염, 데이터 손상, 보안 취약점 등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야기하는 ‘더러운 죽음’인 반면, 러스트의 패닉(panic)은 스택을 안전하게 풀고 자원을 정리하며 종료되는 ‘깨끗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이 기술적 구분은 명백한 사실이며, 디버깅의 용이성이나 보안적인 측면에서 panic이 세그멘테이션 폴트보다 훨씬 더 나은 실패 방식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러스트 컴파일러는 프로그램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폭주하는 대신, 명확한 유언을 남기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종료되도록 보장합니다.


하지만, ‘안전하게 죽는 것’이 과연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개발자의 컴퓨터 앞에서 최종 사용자의 현실로 옮겨와야 합니다. 문서를 작성하던 사용자, 중요한 금융 거래를 처리하던 서버, 혹은 게임의 클라이맥스를 즐기던 게이머에게, 프로그램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은 그 원인이 ‘메모리 오염’이든 ‘통제된 패닉’이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실패’일 뿐입니다. 워드프로세서는 멈췄고, 거래는 실패했으며, 게임은 꺼졌습니다.


이를 비행기 조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 조종사는 엔진 고장이 발생하자 조종간을 놓고 비행기가 멋대로 빙글빙글 돌며 산에 추락하게 내버려 둡니다(세그멘테이션 폴트). 다른 조종사는 같은 고장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침착하게 안내 방송을 한 뒤, 기체를 완벽하게 수평으로 유지하며 똑같은 산에 그대로 충돌합니다(패닉).


사고 기록을 분석하는 조사관(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 조종사가 남긴 블랙박스가 훨씬 더 분석하기 쉽고 깔끔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사용자)에게 그 결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안전한 비행’이라는 약속은 두 경우 모두 똑같이 깨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러스트의 panic이 기술적으로 더 우아한 실패 방식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전한 죽음’을 러스트가 제공하는 ‘안전성’의 핵심적인 승리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시스템의 생존’과 ‘서비스의 연속성’이라는 더 중요한 가치를 가릴 수 있습니다. 이는 ‘안전성’의 의미를 ‘신뢰성’이나 ‘강건함’이 아닌, ‘깔끔한 사후 처리’라는 협소한 의미로 축소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용어 재정의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 관점에서의 프로그램 중단: Segfault와 Panic의 실질적 차이

앞서 우리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중단되는 순간, 사용자에게는 세그멘테이션 폴트(Segfault)와 패닉(Panic)의 경험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사라진 그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면, 두 실패 사이에는 분명 실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차이점이 항상 러스트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러스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의 보존입니다. 세그멘테이션 폴트는 정의되지 않은 동작(UB)의 결과이므로, 프로그램이 충돌하기 직전에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저장 중이던 파일이 깨지거나, 데이터베이스가 오염되는 등 2차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러스트의 패닉은 스택 되감기(unwinding)를 통해 각 객체의 소멸자(drop)를 호출하므로, 파일 버퍼를 안전하게 비우고,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을 롤백하는 등의 정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즉, 프로그램은 죽더라도, 자신이 다루던 데이터는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패닉은 세그멘테이션 폴트보다 명백히 우월한 실패 방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안전성의 역설’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안전한 죽음’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강건함(Robustness)을 해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C/C++ 개발자는 “모든 것이 위험하다”는 건강한 공포 속에서 살아갑니다. 포인터는 언제나 null일 수 있고, 배열의 경계는 언제나 넘어설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러한 공포는 개발자에게 강력한 방어 코딩을 강제합니다. 모든 입력을 의심하고, 모든 반환 값을 검사하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반면, 러스트 개발자는 “컴파일러가 나를 지켜준다”는 강력한 심리적 안전망 속에서 개발합니다. 메모리 오류는 컴파일러가 막아줄 것이고, 다른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프로그램은 ‘안전하게’ 패닉할 것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바로 이 ‘안전한 패닉’이라는 존재가, 개발자에게 ‘굳이 복잡한 오류 처리를 하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그냥 패닉하게 내버려 두자’는 유혹을 만들어냅니다. Result 타입을 일일이 처리하는 대신 .unwrap()이나 .expect()를 남용하는 코드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결국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경험이 더 나을까요? 잘못된 입력을 받았을 때 “입력이 잘못되었습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고 정상 작동하는 C 프로그램과, 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화면에서 사라져버리는 러스트 프로그램 중 어느 쪽이 더 신뢰성 높은 소프트웨어일까요?


결론적으로, 패닉은 데이터 무결성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안전한 실패’라는 개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화는, 개발자가 오류로부터 회복하고 서비스를 지속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데이터는 지켰지만 프로그램은 죽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언어의 안전성이 아닌 개발자의 역량과 철학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결국은 프로그래머의 역량: 언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환상 비판

우리는 지금까지 러스트의 ‘안전성’이 가진 여러 겹의 신화를 해체해 보았습니다. ‘혁신’과 ‘안전성’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자의적으로 재정의되는지, 빌림 검사기의 엄격함이 어떤 현실적인 대가를 요구하는지, unsafe라는 탈출구가 어떻게 신화의 완전성을 해치는지, 그리고 ‘안전한 실패’라는 panic이 사용자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모든 논의의 끝에서, 우리는 결국 가장 근본적이고도 당연한 하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변수는 언어나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훌륭한 목수는 평범한 톱과 망치를 가지고도 견고하고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내지만, 미숙한 목수는 최첨단 레이저 절단기를 가지고도 서랍이 맞지 않는 가구를 만듭니다. 프로그래밍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메모리 관리 원칙을 깊이 이해하고, 방어적으로 코딩하며, 엄격한 테스트를 수행하는 숙련된 C++ 개발자는, .clone()과 .unwrap()을 남발하며 빌림 검사기만 통과시키는 데 급급한 미숙한 러스트 개발자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러스트는 매우 위험한 특정 유형의 버그(메모리 오류, 데이터 경쟁)를 막아주는 강력한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공학의 진짜 어려움은 그 너머에 있습니다.


복잡한 요구사항을 정확한 논리로 변환하는 능력

유지보수와 확장이 용이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능력

다양한 예외 상황을 예측하고, 시스템이 우아하게 대처하도록 만드는 능력

자신이 작성한 코드가 정말 올바르게 동작하는지 증명하는 철저한 테스트를 작성하는 능력

러스트는 이 중 그 어떤 것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러스트의 컴파일러는 코드의 ‘메모리 안전성’은 알지만, 코드의 ‘정확성’, ‘효율성’, ‘유지보수성’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러스트를 사용하면 안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은, ‘최고급 주방기구를 사면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같습니다. 좋은 도구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결코 장인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결국 그것을 만든 개발자의 역량이라는 거울에 비친 상일 뿐입니다.


따라서 ‘언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믿음이야말로, 러스트의 우월주의가 만들어 낸 가장 위험하고도 근본적인 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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