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세계에 입문했을 땐 오유가 이미 지방을 돌고 있었기 때문에 가볼 엄두도 못냈을 때였어....
그래서 난 오유 시놉만 대강 알고 대표넘버 조금 아는 상태였는데.....
고귀하신 어떤 연출가님 덕분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컨디션 바닥인 상태에서도 오늘이 아니면 도저히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꾸역꾸역 영등포로 향했다지...........가는 길은..........몸도 맘도 겁나 추웠어......

오늘 3시간 동안 오유를 보던 내 멘탈 상태가 어땠는지 알아??

잠을 못자 몽롱한 상태에서도 집중해 보겠다고 커피 한 잔을 폭풍 드링킹하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화면 가득 채워진 그 엄청난!! 규모의 극장에..........거길 발디딜 틈 없이 꽉 채우고 있는 관객들!!..........2층에 올려진 웅장한 오케스트라!!!
늘 공연장에서 공연을 기다릴 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더라........

초반부에 크리스틴이 나와서 내가 귀로 듣기만 했던 그 유명한 씽콥미를 부르는데........첨엔 분명 우왕ㅇ_ㅇ 이럼서 보고 있었는데.. 중반부쯤부터 가슴이 뭔가 벅차오르더니.............넘버 끝날 때쯤 내 눈에서 뭔가가 흘러내리고 있더라?? 그냥 크리스틴 넘버 하나 들었을 뿐인데.... 팬텀이랑 라울 얘긴 시작도 안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바로 그 직후 드는 생각이............오늘 새벽에 그 난리를 겪고도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보겠다고 꾸역꾸역 여기 앉아서 넘버 들으며 울고 앉아 있는 내가 참.........자꾸만 그 놈의 크.레.이.지.란 네 글자가 내 머리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서는 도통 나갈 생각을 앉하는 거야.........

샤방한 라울이 사랑을 고백하는데............... \'크.레.이.지\'
안쓰러운 팬텀이 절규하는데............... \'크.레.이.지\'
크리스틴과의 듀엣은 소름끼치는데............... \'크.레.이.지\'
발레리나들의 몸놀림은 봄날 꽃밭을 노니는 요정들 같은데............... \'크.레.이.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는 천상의 소리 같은데...............\'크.레.이.지\'

내 정신상태는
@_@ ㅠ_ㅠ -_- ㅇ_ㅇ T_T -_-+ ㅠㅠㅠㅠㅠㅠㅠㅠ ㅡ_ㅡ 의 무한반복이었다지.....................
아놔 내 생애 첫 오유였는데!!!!!!!!!!!!!!!!!!!!!!!!!!!!!!
노승희가 다 망쳐놨어!!!!!!!!!!!!!!!!!!!!!!!

그 와중에도 오유는 옳더라..........
본 횽들은 알겠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그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에 서고, 그 무대를 보러온,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인사하고 박수치고 함성을 지르는데...........그 무대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서 자꾸만 눈물이 나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지........
언제든 오유가 올라오기만 해라!!!!!!! 회전문 가열차게 돌려주마!!!!!!!!!!!!
아...아니지.......그럼....크!레!이!지!

난..그저 이 각박한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소릴 들으려고 밤잠 못자하며 일해서 번 돈으로 공연장에 앉아 있었던 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뭐가 잘못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