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엘리를 보는데 참 맘이 짠했어

어젯밤 일때문에 너무나 빡이 쳐서
오늘 낮공때까지만 해도
'의도된 불협화음조차 이해 못하고 악플로 까내리기만 하는 무지몽매한 관객'이
도대체 어떤 점을 지적하는 건지
악보 하나 마디 하나 음표 하나하나 대조해서 똥글뱅이 치고
스캔해서 보내주려고 했어

근데 오늘 공연을 봤는데 진짜 이사람들이 파이팅이 잔뜩 들어가 있는거야
오케도 그렇고 배우님들 특히 앙상블님들까지도 말야..
음감님도 오케도 음정 박자 완전 클리어하려고 애쓰는게 눈에..아니 귀에 들리고
프리뷰 첫공때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가있는데 오늘이 마치 첫공 같았어--;

배우님들도 대참사났던 부분들..황제는 자애롭고~라던가
황후는 빛나야해~라던가 모든 질문 끝났고~라던가 완전 눈에 불뿜으며 맞추려고 애쓰시고
그 외에도 다들 평소에 박자 군데 군데 늘어지던 카페신이라던가 그녀냐 우리냐 라던가 등등
모든 넘버들에서 박자를 딱딱 맞추려고 기를 쓰고

왜 어제 오케 얘기 말고도 뭐 가사 얘기랑 음향 얘기 지적 들어왔다 그랬잖아
그래선지 다들 완전 한글자 한글자 또박 또박 국어책 읽듯이 발음하는데 아 놔
이게 한국어인가 독일어인가 했다ㅋㅋㅋㅋㅋ

..이..미..예..정..되..어..있..는..일..은..예..정..대..로..일..어..나..기..마..련...이...니까
너..무..나..도..따..분..하..고..지..루..한..시..간..우..린..그..저..커..피..나..마...실...뿐

여기도 가사 전달에 너무 힘을 쓰셔서 스피드 퀴즈 할때처럼 기를 쓰고

..이..미..예..정..되..어..있..는..일..은..예..정..대..로..일..어..나..기..마..련...이...니까
너..무..나..도..따..분..하..고..지..루..한..시..간..우..린..그..저..커..피..나..마...실...뿐

이렇게 되었음ㅎㅎ

덕분에 평소에 생전 실수 안하던 윤정열 배우님도 카페씬에서 가사 깜박하고
결국 살짝 바꿔서 부르시고 은언니도 떠듬~하고

음향은 또 귀청 떨어지게 이빠이 올려 놓고ㅋㅋㅋ

그런걸 보니깐 맘이 참 짠하고 아프더라..마치 엄마 부르는 루돌프 볼때처럼..

배우님들도 오케도 제작사도 관객들도 다들 작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어찌됐든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았나 싶어 (하지만 그게 오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어찌됐든 공연 팀에서 관객 너는 너대로 해라 우린 하던대로 할테니~
이게 아니고 진짜 애를 써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사실 오늘도 사소한 실수들은 있었지만 그런게 무색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
이건 마치 류토트가 로프에서 손을 떼었던 때와 비슷한 정도로..

관객의 불만(?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네)에 대한 피드백으로
올해 쓰릴미의 경우는 연출과 관객이 서로 등돌리고 흑역사로 남는 나쁜 예가 될테지만
엘리는 그렇지 않고 순기능으로 작용해서 발전적인 좋은 예가 될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음

혹시나 어제밤에 나처럼 매우 화가 났던 횽들이 있다면
아마 오늘 공연을 보았다면 나와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해서 적어봄
오늘 엘리자벳은 '완벽한 공연'이라기 보다는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공연'
이었던 것 같음

지적질을 일삼던 일개 관객도 앞으로는 오케에도 애정배우한테 하듯이 따스하게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내 배우 내가 까기는 이미 습관이 된...;;;)


cf.앞으론 안그럴껀데 한마디만 추가하자면 설운돌프..거울송..(배우님들은 '엄마송'이라 하더군요)
어머니와~ 내게 말을~ 우리 둘은~ 여기 들어갈때 박자 좀 지켜달라고 해주세요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 합니다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