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엘리자벳에서 죽음 연출이 약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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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크슈 보고왔다 - dc official App 작성자 : ㅇㅇ

한국판 엘리자벳에서 죽음 연출이 약해졌나?

귤리자벳(14.48) 2012.03.20 00:27:35

조회 2225 추천 13 댓글 25

에.. 그러니까 죽음을 엘리자벳에게 목매는 구남친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얘기임.

배우가 택한 노선에는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출 자체는 괜찮은것 같아. 내가 볼땐 그랬어..

막연히 한국 엘리는 엘리자벳과 죽음의 애정노선이 강화된 버젼으로 올라올꺼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작 뚜껑 열리고 나니깐 그게 아니더라구

배우가 선택한 노선과 별개로 연출만 놓고 보더라도 죽음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꽤 있다고 느끼는데

크게 두가지만 꼽자면 죽음-죽천과의 연계성과 오른쪽 리프트 무대의 활용 인것 같아.

처음 프레스콜에서 죽천들 보고 뒷목 잡았던거 미안합니다ㅠㅠ 죽천 짱 좋다

내가 처음 엘리 봤을때 사실 자막 없는 버젼으로 봤었거든

죽음 첫인상은 황후한테 꼬드기는 창백한 드랙퀸..............ㅋㅋ...... 뒤늦게 가사도 알고 캐릭터 해석도 읽으면서

죽음이 엘리자벳의 내면이자, 자살에 대한 충동이고, 또 세상의 종말을 선고하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받아들이게 됬지

가사는 비록 죽음을 '한여잘 사랑하는 두남자' 중 한명으로 만들어버리는 사고를 쳤지만 죽천이 이를 중화시켜 주는것 같아.

엘리와 대면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죽음은 죽천들을 대동하고 나서는데 프레스콜 영상은 멘붕이였지만 극중에서는 무척 자연스럽고

죽음을 '엘리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아니라 엘리를 둘러싼 어두움 내지는 죽음에 대한 욕망처럼 느껴졌어.

엘리자벳의 결혼식에서 울리는 네번의 종소리가 함스부르크 왕가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데

나는 여기에 덧붙여서 어린 씨씨의 인간적인 행복의 장례식이라는 생각도 들었거든.

이 장면 뒤에 죽천과 한 몸을 이루고 나타나는 죽음의 그로테스크함이 좋더라.

죽음 혼자 등장해서 넌 나와 마지막 춤을 출꺼라고 하는 것보다 죽천들을 손짓으로 휘두르면서 엘리를 옭아매가는 편이 더 맘에 들었음.

그 것 뿐만 아니라 죽천들이 가만 보면 알바를 많이 뛰잖아,

까페씬, 볼프살롱, 애기돌프 선생, 그림자송 등등등의 장면에서 여기저기 깨알처럼 등장하는데

이런 장면들이 당시 시대에 감돌던 어두운 기운같더라.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한가지 코드로만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여러면을 담고있는 것 같아.

기본적으로 죽음은 엘리자벳 내면의 상징이기 때문에 수동적이여야 한다...고 전에 장문의 글도 올라왔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죽음이라는 존재가 자기 의지를 가지고 종말을 설계한단 말이지? 거대한 판을 짜고 인간들을 움직이기도 하는데 말야.

아, 그리고 내가 또 맘에 들었던게 리프트 무대 활용인데. 그거 있잖아 육교모양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거.

그걸 죽음만 쓰는게 너무너무너누문아ㅓㄹ;미ㅏㅓ;ㅏㅣㅓ좋아 일단 엉엉 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죽음의 마차 없앤거 체스판 없는거 멘붕이였지만 이것때문에 다 용서함ㅋㅋㅋㅋㅋㅋㅋ(초상화는 영원히 아쉬울 예정ㅇㅇ)

한국판에서 죽음이 왼쪽리프트에서, 혹은 이 육교모양 리프트에서, 그것도 아니면 움직이는 회전무대를 통해서 등장할때가 많고

애기돌프한테 갈때도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침대에 다가오는게 아니라 뒷면에서 뷰우우웅 솟아오른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다른 캐릭터들과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이 죽음이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더 사람같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음.

내가 1층에서만 보다가 회전문 돌다 개털되서 3층에 올라갔는데..ㅋㅋ 이게 더 시각적으로 확 다가오더라. 좋았음ㅇㅇ

엘리의 정신병원씬에서 '아무것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주 바쁘게 부르잖아.

다른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척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그 자리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사실 엘리가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죽음은 공중에 떠있으니까) 죽음과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어.

이렇게 리프트 무대가 온전히 죽음의 공간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 알바생들 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그 공간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

그리고 엘리자벳이 그 곳에 발을 내딛었을때 느껴지는 해방감과 짜릿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게 뭐라고 쓰다보니 음원이 떴겠네....! 얼른 가서 들어야지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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