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악평을 줄줄이 남겨놨었기 때문에, 오늘 공연 보고 나서 반드시 오늘은 후기를 남겨야겠다 생각했음.
그래서 (일단 내 표 좀 잡고.. 쿨럭) 후기를 씀.

음향 돌아왔습니다!!!!!!!!!! 만쉐이!!!!!!!!!!!
물론 오오오 음향 좋아~ 멋져~ 이럴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 95%의 대사와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어!!!!
확실히 대사와 가사가 극을 보고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음.

그리고 도대체 단 하루만에 조용신 연출은 극에다 무슨 짓을 한거야?
극이 하루만에 완전 정돈되었어!!!
어제는 1막에 기억나는건 플라스크 뿐이요 너무 튄다 개그코드 퀴어코드 싫다 대사타이밍 싫다 징징징 이상태였는데.
오늘은 보니 개그코드도 적당, 퀴어코드 살짝 넣은 것도 그냥 개그코드의 일종일 뿐 거슬리지 않아서 괜춘 뭐 이랬고.
무엇보다 극이 너무너무 좋았음!
(아 물론, 기본적인 호불호는 확실하게 탈 극임. 근데 오늘 내 취향에 직격해버렸을 뿐이고....)

아무래도 초연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
정돈된 모비딕은 초연과 같은 소재 같은 음악을 가지고 다른 극을 만든 느낌이야. 하다못해 어제랑도 다른 극인데 뭐...
초연은 부제를 붙이자면 이스마엘의 성장기였다고 생각해.
주인공은 이스마엘, 이스마엘이 영혼의 친구 퀴퀘그를 만나고 피쿼드 호의 사람들을 만나 모비딕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배우는 이스마엘. 이런 느낌?

근데 재연은 그게 아냐. 이스마엘은 그저 화자일 뿐이야. (솔직히 어제에서 뭔가 그렇게까지 손댄 느낌은 아닌데... 초연처럼 해설자에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란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화자로 보이게 되었어. 오오오 찬양하라 연출!!)
재연은, 바다를 항해하고  그리고 모비딕을 목표로 삼아 나아가 결국 모비딕과 싸우는 여섯 남자의 이야기야.
여섯명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극이 흘러가더라고.
어제는 그 여섯명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삐걱거리면서 불만스럽고 초연이 자꾸 떠올랐다면,
오늘은 그 여섯명이 정말 너무너무 잘 맞아가는 거야.
플라스크가 깐죽거려도 그게 튀는게 아니라 그냥 극의 일부로 몹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런거.
에이헙에게 다시 인간미가 좀 생기고, 스타벅이 몇 장면에서 좀 바뀌고, 퀴퀘그가 조금 덜 야만스러워지고, 이스마엘이 아주 조금 사색을 했을 뿐인데!!!


모비딕 볼까 하다가 어제 나의 후기에 이거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횽들이 있다면, 그냥 봐. 강추임다!
대신 초연과는 무게중심이 아예 다르다는 걸 생각하고 가는게 좋을거 같아!!


글고 어제는 중앙블럭 1열 사이드, 오늘은 중앙블럭 2열 중앙에서 봤는데 2열 중앙이 집중하기에 더 좋았어.
넓은 무대도 좀더 시야에 잘 들어오고.
처음 볼 때는 2,3열 중앙에서 보는 것도 괜춘할 거 같아~~~~
(대놓고 1열 덕후인 내가 2,3열을 추천하는 날이 올 줄이야.....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