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신간센의 정시운행을 부러워 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본적이 있는데요. 그것과 관련해서는 우선 작년 효고현 열차탈선사고 때의 기사 몇 개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日 시간강박이 열차탈선 불러" [문화일보 2005-04-29 14:47]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1&article_id=0000105207 일 열차사고 기관사 19차례 반성문 써 [YTN TV 2005-05-21 21:45]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52&article_id=0000078326 '철도왕국 日' 뒤엔 '안전보다 수익' [한국일보 2005-04-27 18:39]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38&article_id=0000280218 초단위로 정차시간을 관리하고 10초 20초 늦은 것으로 반성문과 벌금을 부과하는 일본철도 시스템입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죠. 항상 지적되는 일본특유의 과도한 서비스에 대한 집착, 그리고 하나의 노선에서도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경쟁체제 등등. 운행시간의 관리는 기본적으로 고객서비스와 안전의 함수가 되겠는데, 운행시간이 엉망이어서 앞뒷차 배차간격이 이상해질 정도라면 안전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빡빡한 운행시간 관리도 안전에 마이너스가 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철갤에서도 보면 종종 일본의 열차시스템이나 사회인프라에 대해 선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신데요. 위의 이런 저런 기사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일본의 열차시스템은 우수하고 관련된 인프라도 탄탄합니다. 기차디자인과 서비스도 훌륭하지요. 그러나 '그것이 훌륭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따라할 만 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잖은 차이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도 일말의 함의가 담겨 있듯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시스템에서는 고객서비스나 사회인프라 구축이 적절한 수준을 넘어서 과도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기차들은 모두 깨끗합니다(세수 절대 안하는 새마을과 비교되죠). 역내, 차내 시설물도 깨끗하고 최신식이죠. 철도만이 아닙니다. 도로도 마찬가지. 일본의 아스팔트도로들 누더기로 기운것 보신적 있습니까? 항상 반듯하고 깨끗하고 새까맣게 깔아놓습니다. 일본이라고 도로뜯을일이 없는 게 아닙니다. 통신선, 가스관, 수도관 이런거 신규시설, 개보수 등등이 없을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뜯으면 해당구간을 몽땅 새로 덮어 버릴 뿐이죠. 다른 사회인프라들도 비슷한 현상을 보입니다. 별것 아닌 지방소도시 시골마을인데 마을회관이나 시립체육관, 지방박물관의 시설이 엄청나게 삐까 번쩍한 것들 발견하곤 합니다. 그마을로 통하는 도로들도 휘황찬란하죠. 세계 최대급을 자랑하는 해협횡단대교들 총연장 십킬로를 넘어가는 해저터널고속도로들 ... 이런 것들이 한국에 몇 장의 사진 들로 소개되면 한국비하 네티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곤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 전혀 부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가능하게 하는가를 생각한다면 말이죠.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13&article_id=0000116780 일본정부부채는 현재 775조엔입니다. 한화로 대략 7000조원, 달러화로는 7조5천억달러. GDP의 150%, 연간정부총예산의 열 배 입니다. 실로 어이가 없을 정도의 액수죠. 게다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부채가 GDP의 30~35%(뭐 한 250조원?), 미국, 프랑스, 독일 등도 60%인걸 생각하면 일본정부가 뭘 잘못먹었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정부부채는 약 8조달러로서 액수자체로는 일본정부부채보다 많습니다만, 미국정부부채의 발생요인과 일본의 발생요인은 좀 다르죠. 미국정부부채가 감세정책과 전쟁(...)으로 인한 것이라면 일본정부부채는 기본적으로 '사회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지출'에 의거한 부분이 큽니다. 일본은 현재 근 15년째 디플레이션상태이고 최근 제로금리시대를 벗어나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디플레이션상태입니다. 즉 돈을 써줄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가 15년간 지속된 것이고 이는 자본주의경제에 치명적입니다. 이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일본정부가 소비자대신 흥청망청 써줄 수 밖에 없죠. 이것이 민간지출이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었겠지만 (어느나라 정부든간에) 정부지출이 그렇게 효율적으로 사용될리 만무하죠. 그 결과가 일본의 번쩍번쩍한 사회인프라와 과도한 서비스와 비싼 이용요금과 775조엔의 정부부채입니다. 한국에도 신간선처럼 멋진 철도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 간단합니다. 한국정부가 공공지출을 확대하면 됩니다. 정부부채를 일본기준으로 불려나가면 수백조원 쯤 우습게 써댈수 있죠 못할게 뭐 있습니까? 서해대교보다 두배 더 큰 다리를 놓아버릴 수도 있고 호남선  전부 신선깔고 G-7 아니라 G-10쯤으로 개량하고 ...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야 철공 깎아내리면서 신간센 부러워 해도 되겠습니다만 그럴 순 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ps. 이와 관련하여 '가면전사 아쿠메츠' 같은 만화를 읽어보면 좀 참고가 됩니다. 최근의 일본제 전쟁영화에서 종종등장하는 리셋논리의 바탕을 깔아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는데요. 뭐 그 자체로 재미도 있으니 시간 있으면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