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리뷰]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밀면 맛집 '가야밀냉면'

리뷰타임스

2023.08.28 14:59:34

조회 31 추천 0 댓글 0

[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 리뷰어] 본적지는 전남 장흥이고 처가집은 여수, 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50대 남자에게 가끔씩 경상도 친구들이 말하는 음식 가운데 전혀 공감이 안되는 음식이 몇 개 있습니다. 고향의 맛이라고 하는 돼지국밥은 아무리 먹어도 순대국과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부추를 넣는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평범한 서울 입맛에는 굳이 돼지국밥을 찾아 먹어야할 이유를 잘 모르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게다가 순대국밥집은 선택의 폭이 아주 넓습니다.

가야밀냉면

비슷한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밀면입니다. 밀면의 탄생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6·25전쟁 때 흥남부두 철수 등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피란민들로 인해 부산에는 북한 음식이 흔했다고 합니다. 남쪽땅에 냉면이 소개된 것도 이때쯤이라고 하니 냉면 역시 어떤 의미로는 패스트푸드요 전쟁음식인 셈입니다.

문제는 냉면의 주재료는 주로 북한이나 강원도에서 나는 감자전분이나 메밀가루인데, 부산에서는 거의 구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재료였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냉면은 아주 비싼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요즈음 거의 2만원을 향해 달려가는 냉면값이 그렇다고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밀면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탄생 설화가 있지만, 냉면에 비싼 메밀 대신 비교적 구하기 쉬웠던 밀가루를 사용해 면을 만들면서 탄생했다는 설이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즉 기원은 북한, 제조는 부산, 재료는 미국의 다국적 음식인 셈입니다.

탄생지인 부산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밀면 맛집이라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돼지국밥과 순대국처럼, 굳이 원조격인 냉면을 먹으면 되지, 밀면을 찾아먹는 경우는 드문 탓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밀면을 수도권에서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식당 가운데 하나가 북한산성 입구에 자리잡은 가야밀냉면집입니다. 최근 리뉴얼을 마치고 새단장을 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여차례 이상 방문한 집이기도 합니다. 밀면이 부산사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것에는, 냉면 특유의 질긴 식감보다는 밀면만이 갖는 부드러운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인기 요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야밀냉면

정식 이름은 가야밀냉면해물칼국수인데 저는 여기서 단 한번도 밀면 외에 다른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평일 점심이 훨씬 지난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네요.

최근에 새단장을 해서인지 아주 깨끗하고, 주문 역시 키오스크가 대신합니다.

이 식당을 처음 알게된 것은 등산 때문입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먹거리를 찾던 중 우연히, 정말 우연히 밀면집이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고 수준급 솜씨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이날은 등산객보다는 별미를 찾아 오신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유명인들도 자주 찾고 먹방으로도 인기 있는 이 식당은, 얼마전 2대째로 이어진 식당이기도 합니다. 한 식당이 2대째라는 것은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된 느낌이죠.

가야밀냉면

주문하면 바로 단 하나의 반찬인 무채가 나옵니다. 새콤달콤한 맛인데 굳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만큼 새콤달콤합니다.

가야밀냉면

저는 항상 물밀면을 주문하는데, 물이지만 비빔처럼 약간의 양념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식당에는 뭔가 다른 것을 넣을 필요도 없고, 따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처럼 주방에서 나온 그대로 즐기면 됩니다. 식초 겨자는 원하면 줍니다.

달걀고명과 편육고명이 올려져 있고, 대부분의 밀면이 그렇듯 냉면보다는 훨씬 두꺼운 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밀면의 참맛은 시원한 국물입니다. 굳이 비빔 대신 물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새콤달콤한 국물은 제법 깊은 맛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하기도 하는 2대 주인장 설명으로는 14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맛이라고 하네요. 아주 매콤새콤하고 시원합니다.

고향이 부산도 아니고, 부모님 고향이 북한도 아니지만, 밀면은 분명 냉면과는 차별화되는 맛이 있습니다. 냉면이라는 넘사벽의 텍스트를 나름의 변주로 훌륭하게 소화하는 맛집을 부산이 아닌 북한산성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등산하고 드시면 더 맛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구요. 여름철에는 콩국물을 따로 팔기도 하고, 양념장도 팝니다. 사다 집에서 먹었지만 그 맛은 안나더군요. 아무튼 시원한 여름에 가보시면 좋은 식당입니다.

가야밀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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