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살면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에 번뇌가 있다고 생각되면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 니다.

불교에서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격문이 있습니다.

  초발심시변정각 백척간두진일보

 (初發心時便正覺 百尺竿頭進一步)

  ‘초발심시변정각’은 처음 발한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며, ‘백척간두진일보’는 백 척의 까마득한 절벽에서 한 발을 내딛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삶의 나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심의 절실한 마음을 잃지 말고 스스로 극한 상태에 처하게 하여 긴장하도록 

해야 합 니다.

  초심을 지키기란 참 어렵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초심을 잊고 맙니다. 

그러나 초심을 지키면 흔들리지 않는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매 순간 자신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만절(晩節)을 보면 초심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절이란 ‘오랜 절개’로 이 말은 평생을 잘 살아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맨 마지막 행동까지 지켜봐야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36년 동안 독립운동을 했어도 마지막 순간에 친일을 했다면 

친일파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 보기에 친일을 했어도 끝에 가서 독립운동을 했다면 그 사람의 초심은 독립운동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맨 마지막 절개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조선 말 김홍집 내각은 친일 행각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으며, 명성황후 시해 사건 직후에는 민심을 잃고 맙니다. 

아관파천으로 김홍집 내각이 붕괴되고 친러 정권이 들어서자 그의 죽음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바로 그때, 일본 군대는 그에게 밀사를 보내 만약 일본 진영으로 몸을 피신한다면 자신들이 책임지고 김홍집을 보호하겠다고 약조합니다.

 그러나 김홍집은 이를 단칼에 거부하며 말했습니다. “내가 일본과 가까이 지낸 것은 조국의 개화를 위해서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다. 

맞아죽는다 해도 내 나라 백성의 손에 죽어 내 초심을 알리겠다. 그것이 떳떳한 죽음이다.” 1896년 김홍집은 광화문 앞에서 성난 백성에게 

죽음을 당하고 맙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기에 매국의 오명을 벗고,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구명시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회광반조(回光返照)하고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세요. 처음 먹었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에 일이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과 끝이 다른 사람이 참 많습니다. 부디 이번 생만큼은 끝도 처음처럼 살다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