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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가 손상되면 인간안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현자으돌(203.255) 2014.03.11 13:26:34
조회 2955 추천 4 댓글 2

뇌손상은 분명 치명적 질환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사람들은 뇌손상을 입은 뒤 비범한 능력을 얻기도 한다. 뇌의 이면에 숨겨진 천재성을 끄집어낼 스위치를 과학은 찾아낼 수 있을까.





데릭 아마토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선 채 물속에서 놀고 있던 친구에게 물에 빠진 럭비공을 던져 달라고 했다. 친구는 공을 던졌고 그는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멋지게 공을 잡고는 공중제비를 넘어서 다이빙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가 뛰어든 곳은 수심이 매우 얕았고, 그의 머리는 수영장 바닥과 강하게 충돌했다.

폭탄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아마토가 머리를 감싸 쥐고 일어섰다. 그런 그의 뺨 위로는 핏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달려온 친구들의 품에서 쓰러졌다.

이는 2006년의 일이었다. 당시 39세의 세일즈 트레이너였던 그는 고향인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의 고교시절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친구들의 차에 실려 어머니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아마토는 의식과 무의식을 오갔다. 자신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춘계훈련에 지각한 프로야구 선수라며 헛소리를 해대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의 어머니는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응급실 의사로부터 아들이 중증 뇌진탕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전해 들었다. 치료를 마친 의사들은 퇴원해도 좋다고 했지만 어머니에게 몇 시간 마다 한 번씩 아마토를 깨워야만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마토의 뇌가 이날 사고로 입은 충격의 크기는 수주일 후 확실히 드러났다. 한쪽 귀의 청력이 35%나 상실됐고, 두통과 기억상실도 찾아왔다. 그러나 가장 큰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4일후 잠을 자던 아마토는 갑자기 일어나 사고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인 릭 스툼의 집을 찾아갔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방 한쪽에 놓여있던 싸구려 전자 키보드를 보더니 그 앞에 앉았다. 그전까지 피아노를 쳐본 적도, 피아노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던 그였지만 놀랍게도 그날의 아마토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쳤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건반을 눌렀다. 다양한 화음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스툼의 눈에 눈물이 맺혔을 만큼 감동적인 연주도 있었다. 아마토는 무려 6시간을 미친 듯이 연주하고 나서야 스툼의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스스로도 자신이 한 행동에 크게 놀랐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검색창에 '재능', '머리 외상' 등의 단어를 입력한 그는 검색결과에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유사한 사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뉴욕주 북부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일했던 토니 치코리아라는 남성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모친과 통화를 하던 중 번개를 맞았다. 이후 클래식 피아노에 집착했고,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또 올란도 세렐이라는 흑인 남성은 10살 때 야구공에 머리를 맞은 뒤 어떤 날짜든 그 날의 요일을 댈 수 있게 됐으며, 알론조 클레먼스라는 사람은 3살 때 추락 사고를 당해 영구적 인지장애 진단을 받았음에도 온갖 복잡한 모양의 동물을 정교하게 조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마침내 아마토는 대럴드 트레퍼트라는 사람의 이름도 발견했다. 이른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의 세계적 전문가였다. 중증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이 특정 부분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것을 서번트 증후군,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서번트'라 한다.

아마토는 즉시 트레퍼트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오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위스콘신대학 의대에서 근무했다가 현재는 퇴직한 트레퍼트는 아마토를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현재까지 정상인이 뇌에 외상을 입은 뒤에 미술이나 수학에 천재적 능력을 보이거나 초인적인 기억력을 얻은 사례가 30여건이나 있다는 설명이었다. 후천성 서번트인 제이슨 패짓은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강도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한 후 '프랙탈(fractal)'이라는 난해한 기하학적 형상을 그리는 세계 유일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 같은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유발하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 덕분에 서번트들이 연구자들과 한층 손쉽게 교류할 수 있게 됐고, 뇌 영상 촬영기술의 발전으로 서번트들만의 독특한 신경 작동기전을 찾아낼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

이와 관련 일련의 연구자들은 모든 인간의 이면에는 천재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에 뛰어들었다.

yw52-3.jpg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 기억노화센터(MAC) 브루스 밀러 소장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연구자의 한 명이다. 행동신경학자인 그는 MAC에서 알츠하이머병과 노년기 정신병에 걸린 노인들을 치료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 환자의 아들이 찾아와서는 부친이 갑자기 그림에 집착을 보인다고 하더군요. 부친의 병증이 심해질수록 그림실력도 좋아진다는 거였어요."

이후 밀러 소장은 신경학적으로 퇴행이 진행될수록 예기치 않은 능력을 발휘하는 또 다른 환자를 발견했다. 치매로 인해 언어, 고차원적 명령 처리, 사회적 규범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무력화되는 만큼 예술적 재능이 폭발한 것이었다. 이런 증상은 노인들의 뇌질환에 대한 기존 상식과 완전히 배치됐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미술가들은 보통 미술적 재능을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연구를 지속한 밀러 소장은 노인들에게 나타난 신비한 증상이 서번트 증후군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두 질환의 유사점은 갑작스런 천재성 발현만이 아니었다. 서번트들은 자신의 재능을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자주 표출하며 사회적·언어적 기술의 결핍이 확인된다. 이는 치매 환자의 전형적 증상이다. 이에 밀러 소장은 신경학적으로도 유사점이 있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서번트의 뇌 속의 기제가 밝혀지지 않았고, 서번트에 따라 증상도 크게 다르지만 수십 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좌뇌가 손상된 자폐성 서번트들이 미술과 수학, 기억력에 엄청난 능력을 보입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 때부터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진 재능을 보이는 선천적 서번트들을 대상으로 좌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됐는지를 알아보기로 결정했죠."

이후 그는 기억 속 복잡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5살짜리 자폐성 서번트의 뇌를 단일광자단층촬영(SPECT) 장치로 스캔했다. 그 결과, 좌뇌 전방에 있는 측두엽의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적었다. 치매 환자의 뇌 상태와 동일한 것이었다.

그동안 대다수 과학자들은 고도로 증진된 두뇌 활동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산물이라 판단했다. 신경가소성은 사람이 연습을 통해 특정 능력을 향상시키려 할 때 그 능력에 더 많은 뇌 피질을 할당하는 뇌의 작용을 뜻한다. 축구 연습을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도 신경가소성 덕분이다.

하지만 밀러 소장은 선천적·후천적 서번트들의 경우 이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천재성이 발현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서번트들은 논리력, 언어적 의사소통능력, 이해력 등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무력화되면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예술적 재능의 족쇄가 풀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좌뇌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창의성을 관장하는 우뇌를 억제하고 있던 회로가 사라진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 이론은 다른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와도 부합한다. 뇌손상에 의해 예기치 못한 긍정적 효과가 도출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 뇌손상을 입은 원숭이와 쥐들에게서 말더듬이가 사라졌다거나 기억력 향상, 심지어 시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건강한 두뇌는 뇌 기능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개의 신경회로가 서로를 자극 혹은 억제해요. 반면 치매 환자나 몇몇 자폐성 서번트들의 뇌는 이러한 억제가 사라지면서 예술적 표현과 창조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겁니다."

"정상인이 뇌 손상을 입은 뒤 미술과 수학, 기억력에 천재적 능력을 보이는 사례가 30여건이나 됩니다."


사고 후 몇 주일이 지나서도 아마토는 손가락을 놀리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고, 잠을 자면서도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춤을 췄다.

결국 그는 키보드를 구입했다. 키보드를 칠 때면 안도감이 온 몸을 감쌌고, 그렇지 않을 때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때문에 2~3일이나 집 밖에 나오지 않고 키보드만 두드리는 일도 있었다. 자신의 안에 있는 음악적 재능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내려는 듯 했다.

아마토의 이상 증상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은 좋지 않은 증상이었다. 눈앞에 검은색과 흰색의 사각형이 원을 그리며 떠다녔고,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불빛과 소음에 극도의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쓰러졌을 정도로 고통은 심했다.

그럼에도 세일즈 트레이너로서의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재능을 얻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 재능을 단순히 개인적 만족을 위해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서번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서번트 증후군 자체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일례로 19세기의 시각장애인 음악가 톰 베순은 노예 출신이었지만 세계적 명사가 됐다. 어떤 곡이든 한 번만 들으면 피아노로 연주해내는 능력 때문이었다. 11살 때 백악관에서 공연을 했고, 16살이 돼서는 월드 투어를 다녔다. 이렇게 평생 동안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서번트라는 존재를 가장 널리 알린 것은 단연 영화 '레인 맨'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했던 레이먼드의 실제 모델이 킴 픽이라는 서번트였다. 이후 뛰어난 재능의 서번트들이 '오프라 윈프리 쇼' 같은 TV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후천성 서번트는 자기실현에 집착하는 사회,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중 심리학의 주요 표적이 되며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미술적 재능이 폭발한 존 사킨이 그 실례다. 여러 유명 잡지에 그의 삶이 실렸고,자서전이 출간됐으며, TV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그의 생애를 영화화할 권리를 사들이기도 했다.

프랙탈을 그린 제이슨 패짓도 마찬가지다. TV와 신문, 잡지에 출연한 뒤 단행본 출간 계약을 맺었다.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자신의 에이전트가 더 이상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정말 미치겠어요.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허락을 해주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아마토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일생일대의 행운이라 여겼다. 고교 졸업 후 자동차 판매, 우편 배달, 제품 홍보 등 따분한 일을 해오면서 항상 큰 돈벌이 기회를 꿈꿨었는데 그 기회가 찾아왔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일은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스포츠 대결 TV프로그램 '아메리칸 글래디에이터'에 출연하려고 오디션을 봤지만 예심에서 떨어졌고, 이종격투기 선수들을 홍보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했지만 2001년에 파산했다.

현재 그는 새로운 마케팅 계획을 짜고 있다. 그는 단순한 미술가, 음악가, 연주자를 뛰어넘은 그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알려 감동시키고 싶어한다. 


yw52-4.jpg즉석 조각가
알론조 클레먼스는 유아기 시절 머리에 부상을 당한 이래 어떤 동물이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조각해내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 서번트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지만 글레먼스의 재능은 특히 희귀하다.


yw52-5.jpg호주 시드니대학의 신경학자 앨런 스나이더 박사보다 후천성 서번트들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그는 1999년부터 후천성 서번트의 뇌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신경학자들은 불편하게 생각하는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뇌 손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후천성 서번트와 같은 천재적 능력을 끌어내는 게 그것이다.

작년 봄 그가 내놓은 연구 논문은 많은 이들로부터 그의 연구 중 가장 확실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인정받았다. 그의 연구팀은 28명의 지원자들에게 50여년 동안 학계를 쩔쩔매게 했던 기하학적 문제를 풀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문제였다.

'가로 세 줄, 세로 세 줄로 배치된 9개의 점을 4개의 직선으로 이어라. 다만 먼저 그은 선 위에 새로운 선이 겹치거나 펜을 도중에 떼어서는 안 된다.'

지원자 중 누구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이미 예측된 결과가 나오자 연구팀은 경두개 직류 전류 자극(tDCS)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피실험자의 뇌 일부를 일시 마비시켰다. 후천성 서번트들이 손상을 입은 영역이었다. 그랬더니 tDCS를 시술받은 피험자의 40% 이상이 문제를 풀어낸 반면 대조군, 즉 가짜 tDCS를 시술받은 피험자들은 여전히 아무도 풀지 못했다.

고교 졸업 후 따분한 일만 해왔던 아마토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겼다.


스나이더 박사의 주장에 의하면 이 실험은 정상인의 뇌에서는 제약을 받던 영역이 후천성 서번트에게서는 자유로워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는 또 사람의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엄청난 감각적 자극을 기존에 이미 배워 알고 있는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이 좌측두엽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로인해 우리가 나무를 잎사귀 한 장 한 장이 아닌 나무 자체로 인식하고, 단어를 문자의 나열이 아닌 단어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

정상인들이 이렇게 외부로부터 유입된 감각 정보를 한 번 걸러서 받아들이는데 비해 서번트들은 원래의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뇌의 지각영역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탓이다. 앞서 언급했던 점 9개의 문제의 경우 답을 맞추려면 점들 밖으로 나가는 직선을 그려야 한다. 경계선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예측을 통해 좀더 신속히 기능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이런 사고방식의 필터를 걷어낼 수 있다면 뇌에 잠재된 힘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에 스나이더 박사는 아마토의 음악적 재능이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이 있으며,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면 그 잠재력을 개척할 수 있다는 확고한 증거의 하나라고 믿는다. 서번트 증후군 전문가 대럴드 트레퍼트도 이 실험 결과를 매우 흥미로워했다.

"스나이더 박사의 초기 연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구심이 있었죠. 꽤 주관적으로 보였거든요.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정말 유용합니다."

물론 이와는 다른 시각의 연구자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학 신경역학센터의 신경학자이자 철학과 교수인 베리트 브로가드 박사는 뇌손상에 의한 천재성 발현을 좌뇌와 우뇌의 작용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라 지적한다. 대신 그는 충격에 의해 뇌세포가 사멸할 때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는 이론을 내놓았다. 강력한 화학물질이 대량 방출되면서 뇌의 여러 부분을 재배열함으로써 기존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신경 통로를 열어젖힌 결과라는 얘기다.

"인간에게는 접속 불가능한 잠재력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그 잠재력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도 없었지만 뇌가 재편되면서 휴면 중이던 능력을 의식적으로 찾아내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서번트들은 극도로 정확한 계산능력과 예술적 능력을 지닌다. 반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만큼 뇌의 다른 기능은 퇴행한 경우가 대다수다.


작년 8월 그는 제이슨 패짓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보면 패짓은 움직임이나 경계선 인식에 연관된 시각피질이 손상됐으며 새로운 시각 이미지, 수학, 신체 움직임의 기획에 관련된 두정엽 피질 영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그리고 활성화된 두정엽 피질은 손상된 시각 피질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시각 피질에 있던 뇌세포가 죽으면서 방출한 신경전달물질이 두정엽 피질에 무수히 많은 새로운 경로를 만든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그는 아마토의 경우 고교 시절 기타를 배우면서 코드를 익혔고, 아마추어 밴드에서 활동한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분명 그는 이전에 음악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때 그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여러 음악을 저장했을 겁니다. 사고를 당해 뇌의 신경망이 재배열되기 전까지는 저장된 음악에 접속하지 못했을 뿐이죠. 아마토를 연구실로 데려와 이 이론을 검증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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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잉태한 예술성
척추지압사였던 존 사킨은 뇌졸중을 일으킨 뒤 세상이 더욱 활기차게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취미 삼아 간간히 그렸던 미술에 완전히 빠져들며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고 있다.

yw52-7.jpg작년 10월 필자는 LA 산타모니카의 샹그릴라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아마토와 그의 에이전트인 멜로디 핑커튼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세 명의 남성이 주위를 돌며 촬영을 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이야기를 다룬 파일럿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쓸 영상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아마토는 핑커튼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최근 다소 느려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있죠. 혹시 알고 있나요? 베토벤은 1년에 500곡을 작곡해 천재로 인정받았답니다. 그런데 저는 1년에 2,500곡을 작곡하고 있어요."

아마토는 다소 긴장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그의 경력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코 거대한 도약은 아니다. 지난 6년간 그는 전 세계 신문과 TV방송에 출연했다. 2010년에 7명의 다른 서번트들과 디스커버리 채널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작년 가을에는 미국 PBS 방송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노바(NOVA)'를 촬영했다. 최근 그의 우상인 리얼리티쇼 진행자 제프 프롭스트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음악적 활동 역시 도외시하지 않았다. 2007년 첫 앨범을 냈고, 2008년 유명 재즈 기타리스트인 스탠리 조던과 함께 수천 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일본의 다큐멘터리에 쓸 곡을 작곡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그럼에도 아마토가 바래왔던 음악적 명성과 부(富)는 아직 따라오지 않고 있다. 그의 음악적 기량은 언제나 대중매체를 놀라게 했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어떤 사람은 제 음악이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그렇다고 해요. 별로라는 사람도 있죠. 그래요. 제 음악이 대단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음악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거예요."

촬영을 끝낸 아마토와 식사를 위해 한 식당을 찾았다. 당시 그의 기분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 테이블에 앉은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쏟아냈다.

"단행본 출간, 방송 출연, 공연, 자선단체, TV 방송, 영화, 광고 등 스케줄이 장난이 아니에요. 시간이 없어서 고사한 스케줄도 대여섯 개는 돼요. 마치 시속 1,500㎞로 날아가는 항공기를 탄 기분이에요. 1분 1초가 너무나도 소중하답니다."

그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다른 후천성 서번트들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보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심을 자아냈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신경학자인 렉스 융 박사도 스포츠 매니저로 일했던 아마토의 이력을 보고 나서 의혹을 키워왔다.

그는 조각가의 능력이 발현된 서번트인 알론조 클레먼스와 함께 창의성과 외상성 뇌손상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후천적 서번트가 가능함을 믿게 됐지만 아마토의 경우 서번트로서 예상되는 다른 증세가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목했다.

융 박사에 따르면 많은 서번트들은 대단히 정확한 계산능력과 예술적 능력을 보인다. 대신 뇌의 다른 기능은 퇴행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클레먼스만 해도 발달 장애를 겪고 있다.

"혼자서 신발 끈을 매고,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하고, 자신을 선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아마토가 진짜 서번트인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융 박사의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방법은 없다. 다만 다수의 믿음직한 학자들은 아마토가 확실한 서번트라고 보증한다. 그 한 예로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인정받는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신경학자 앤드류 리브스 박사가 아마토의 뇌를 MRI로 스캔해본 결과, 뇌에서 다수의 흰색 점이 발견됐다. 

"뇌진탕에 의한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이 정도만으로 엄청난 변화가 초래될 확률은 적지만 아마토의 진술은 지어낸 것치고는 뇌의 내부구조나 작동기전과 너무나 잘 들어맞습니다."

작년 가을 아마토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LA를 돌아다니면서 필자는 아마토가 자신의 사고를 딛고 일어나려는 전형적인 미국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고를 당할 당시 그의 나이는 별볼 일 없는 중년으로 접어들 때였다. 하지만 그는 무명의 세일즈 트레이너에서 벗어나 훌륭한 상품이자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놀라운 표본이 되어, 더욱 위대한 것을 바라는 잠재적인 팬들에게 어필하고자 하고 있었다.

선셋대로 인근의 스탠더드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호주 억양을 쓰는 한 직원을 따라 어둑한 조명의 바로 들어갔다. 폐점 시간이 가까웠던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바의 중앙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고, 아마토는 당연히 그 앞에 앉았다.

눈을 감고 연주를 시작하자 느긋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선율이 바를 가득 채웠다. 음침한 분위기의 바 보다는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클라이맥스 장면에 더 어울릴 듯한 곡이었다. 서번트 맹인음악가 톰 베순과 같은 수준의 천재적 경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런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토에게는 표현과 선율, 기술이 있었다.

정말 이런 능력이 그에게 원래부터 내재돼 있었던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과연 다른 사람들의 내면에는 도대체 어떤 무시무시한 능력이 숨겨져 있을까.



기이한 천재들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서번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많은 수가 초인적 기억력을 발휘한다.

킴 픽
영화 '레인 맨'의 실제 주인공. 한 눈으로 한 페이지씩 동시에 두 페이지의 책을 읽었고, 책의 내용을 정확히 외웠다. 그가 외웠던 책이 1만2,000권에 달해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불렸다. 전화번호부 한 권에 들어있는 전화번호의 숫자를 계산해내기도 했다.

스티븐 윌트셔
자폐증 환자인 윌트셔는 8살 때부터 건축물 그림을 그렸다. 성인이 된 뒤에는 기억에만 의존해 도시 풍경을 놀랍도록 정확히 그려냈다. 2007년에는 영국 템즈강 상공을 15분간 비행한 뒤 런던 시내 18㎢ 면적의 거리와 강, 건축물을 유리창 하나까지 그리기도 했다.

레슬리 렘키
선천적 맹인이었던 렘키의 언어성 IQ는 58에 불과했다. 그러나 14살 때 가족과 함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는 몇 시간 후 집에 있던 피아노로 그 곡을 똑같이 연주했다. 이후 기억에만 의존해 수천 곡을 연주하며 전 세계에서 공연을 했다.

플로 라이먼, 케이 라이먼 자매
선천성 서번트인 일란성 쌍둥이 자매. 과거와 미래의 어떤 날짜라도 대면 즉시 그 날짜의 요일을 맞췄다. 또한 자신들의 행동을 정확히 기억해 특정 날짜의 날씨, 식사 메뉴, 입었던 옷, 하루 일과를 모두 기억해냈다.

대니얼 태멋
원주율을 소숫점 이하 2만2,514자리까지 외우고, 일주일 만에 외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한다. 또한 어떤 계산도 빛의 속도로 해낸다. 한 연구자가 37의 4승이 얼마냐고 물어보자 즉시 1,874,161이라며 정답을 답한 적이 있다.

짐 카롤로
14살 때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은 뒤 놀라운 수학적 능력을 가진 후천적 서번트. 사고 몇 달 후 생전 공부해보지 않은 기하학 숙련도 시험에 도전해 만점을 받았다. 후일에는 삼각법을 배운 적이 없음에도 미적분학 시험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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