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쓰는 거지만 드라마 방영 시기랑 내가 힘들어 하는 시기랑 너무 겹쳐서 너무 너무 애정하면서도 보기가 힘들었던 드라마였다.

계훈과 다현이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며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것처럼

나도 내가 떠올리지 않으려 억지로 덮어두었던 과거가 계속 떠올라서 미칠 듯한 감정을 마주해야 했다.

계훈이 9살의 자신을 끊임 없이 미워했듯이

나도 15살의 나를 흔들어 깨워서 때렸고

다현이 혼자 탈출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가졌듯이

나도 내가 언니를 지켜내지 못했다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죄책감은 자기 혐오로까지 이어졌고

난 사고방식 자체가 죄책감 감옥에 갇혀서 그 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특히 계훈이를 볼 때 너무 이입하면서 보고 그러다가 나를 비추어 보고 그래서 드라마를 보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괜찮다

결말 부분에서 계훈이가 끝내 9살의 자신을 용서했듯이

나도 15살의 나를 용서했고 더이상 흔들어 깨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한 드라마라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