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와의 두번째 만남

누군가 칼을 들어 찌르려 한다면 피하는 게 인간의 생존 본능. 그 칼을 들고 있는 게 문영이라면,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진즉에 도망쳤을 터.

그런데 망설임 없이 그녀 앞을 막아서며 칼날을 손으로 붙잡은 강태를 본 문영의 무표정에 적잖은 놀라움과 흥미가 반짝인다.

"그 여자, 무서웠어?"

문영을 마주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감정은 정해져있다. 두려움이 대부분. 그래서 강태가 문영에게서 예전에 알던 아이가 떠오른다 했을 때 당연히 무서웠겠지 생각한다.

그러다 그의 입에서 좋아했다라는 말이 나오자 당황한다.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어서일수도 있지만, 그녀 같은 사람도 어쩌면 타인에게 사랑이란 걸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희망 혹은 설레임을 느껴서였을 수도.

겁쟁이

그러나 결국 그도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남자였던 걸까? 다시는 보지 말자며, 너 같은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매몰차게 대하는 강태의 말에 문영이 입을 꾹 다문다. 그런 말, 그런 눈빛.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거라 질릴 정도로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강태에게 향했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마음의 상처는 완전히 숨겨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금 화도 난다.

++ 이외에 문영이 무표정에서 보이는 여러 감정들이 있었는데 강태랑 있을 때 감정을 조금 보인 장면들만 추려서 써봤어. 보통 문영이는 자신의 느낀 감정(거의 분노)을 상대방에게 곧장 공격적인 성향의 행동으로 풀어버리지 얼굴 밖으로는 드러내지 않아. 여자아이를 겁 먹여서 울리거나, 도망쳐 나온 환자를 찌르려고 하거나, 평론가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하거나. 그런데 강태 앞에서는 행동도 행동이지만 감정이 얼굴에 조금씩 드러나.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막 새어나오는 느낌에 가까웠어. 위에 쓴 거 외에도 강태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는다거나, 강태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을 때 처음으로 언성 높이며 화를 냈을 때 확실히 강태 앞에서 문영이 조금 다르게 반응하는구나 싶었어. 극이 진행될수록, 극적인 변화를 바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캐붕 노노), 조금씩 조금씩 껍질을 깨면서 강태에게 본인의 감정을 보여줄 문영의 모습이 기대돼. (짤들은 전부 짹펌)

++ 문영의 감정이 밖으로 활발하게 드러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표정이나 목소리나 굉장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표현해야 하는데, 정말 미세한 디테일 살려서 감정 전달하는 문영 본체 진짜 쩐다는 말밖에 안나온다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