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TV에 古宮이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몰락 대신에
교통카드 환승이 안된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맷돼지 같은 기사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갈 방화범을 위해서
언론의 물타기에 저항하고 영어교육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관료만 지키다가 세번씩 네번씩
조기진압 못한 소방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고등학교 수용소의 제14야간학습에 있을 때
감독샘이 여선생들과 시험지를 정리하고 답지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모범학생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여선생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시험지와
답지 접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농협직원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TV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TV야 라디오야 인터넷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