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두섭배우가 애정배우 라인에 합류한지라, 게다가 늑유를 보면서 늑유 작가 서윤미씨에 대한 무한 신뢰도가 생긴지라 프리뷰부터 예매해서 첫날 보고 왔는데, 일단 결론은 난 대단히 만족.일이 멀리서 끝난지라 시간이 빠듯해서 보러 가느라 산넘고 물건너 간 거고, 간신히 지연관객은 면하고 밥도 굶고 들어갔는데 재미없었으면 정말 성질날 뻔 했는데 다행히 1시간 45분이 얼케 가는지 모를 정도였음.

이 작가 특유의 통통 튀는 개그랑 병신미...가 여전히 살아있고, 모르는 사람 별로 없고 결말 뻔한 러브스토리인 선화공주랑 서동 얘기를 꽤 산뜻하게 그려냈음. 아주 참신한 메시지나 심오한 심리 분석을 원하면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근데 설마 이런 걸 바라고 밀당을 보러 오진 않겠지?) 늑유 처음 보고 오오 완전 잘 빠졌는데? 싶었던 거랑 마찬가지로 대학로 로코로는 아주 잘 빠졌다 싶더라. 게다가 프리뷰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보여준 거면 앞으로 더 다듬어지면 더 좋겠다 싶었고.

일단 이 극은 주인공들이 얼굴이 안 받쳐주면-_- 보면서 무한 짜증날 설정인데, 두섭-혜원이야 비쥬얼로는 너무 쩔어주셔서 난 아주 흐뭇해하면서 봤고, 역시 배우들 개성이 반영되는지라 혜원배우는 겉보기엔 드세고 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순정파-인 선화공주고, 두섭배우는 선수인체 해도 상대의 진심엔 금방 무너지는 착하고 마음 따뜻한 서동, 이더라는. 오늘 혜원선화는 대사에서 헉 싶었던 대박 실수도 있었고, 두섭서동도 몇 번 버벅대긴 했는데 뭐 오늘이 완전 첫공인 거 생각하면 양호하고, 연극치곤 또 몸쓰는 부분이 꽤 많아서 다들 고생했다 싶더라는....연극이냐 뮤지컬이냐 헷갈린다고들 했는데 연극은 분명히 맞는게 춤이랑 노래가 참-많이 나온다고나.

주인공들은 살짝 로딩 필요-싶었지만 오늘 닥찬하고 싶었던 건 조연들. 현욱-두섭은 여기서도 계속 콤비인데 현욱배우 감초역할 너-무 잘 하더라는...게다가 탈의장면 있는데 오난전 몸짱; 순이 역 김해정 배우는 너무 놀라울 정도로 동안인데 역시나 역에 참 잘 어울리고, 극중 비쥬얼(...)전담 코미디전담 대종배우도 제대로 웃겨주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수 추정화 배우, 나 무대에서 처음 봤는데 극 전체를 끌고가는데 너무 능수능란하게 잘 해서 딱 무게를 잡아 주더라는...그래서 오늘 이 조합 완전 맘에 들었는데 앞으로는 내가 잡아놓은 날은 별로 없어서 아쉽..

소극장 공간 이용하는 이벤트가 꽤 있고, 고정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늘은 오른쪽 통로가 이벤트 라인, 1열 관객들한테 어택하는 이벤트가 꽤 있어서 1열 사수가 좀 치열할 듯 하고-(..라지만 난 잡아놓은 1열이 없;;) 이거저거 관객들에 대한 애드립이 무궁무진할 거 같아서 기대되더라는...두섭배우는 왠지 애드립 약할 거 같은 인상이었는데, 오늘은 아마 팬카페가 많이 왔는지 아주 편안하게 앞자리 관객들한테 애드립 치더라. 첫날인데 객석 완전 꽉 차고, 아마 팬카페 단관이 많았던지 중앙블럭은 리액션 아주 격하더라는...첫공하는 배우들한테 힘이 될 거 같았고 워낙 일케 깔깔거리면서 봐야 하는 극이라 난 크게 거슬리지는 않더라. 물론 중간의 태껸 동작 나왔을 때 같이 빵 터지면서 아 늑유막공 본 이들 인증-싶어서 좀 민망하긴 했....(뭔가 두섭수정 극밤에서 쉐킷, 나왔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고나;;) 

전반적으로 덕한테도 머글한테도 꽤 잘 먹히겠다 싶었고, 좀 더 다듬으면 대학로에서 롱런하면서 우울할 때 부담없이 보러갈 수 있는 극이 하나 더 생긴 듯. 물론 이 정도의 퀄리티 있는 배우들이 계속 해 준다는 보장은 없긴 하지만, 그니까 잘생긴 두섭서동과 얼짱이라 자랑해도 성질 안 나는 혜원선화가 있을 때, 무엇보다 현욱남이와 해정순이와 대종해명과 정화고수가 할 때 다들 보러 갑니다. 다른 더블들도 물론 잘 하겠지만 난 오늘 이 배우들이 넘 만족스러웠거든. 이 극도 아마 초연이 진리, 가 될 듯 하고 난 앞으로 서윤미 작가가 쓰거나 연출하는 극은 무조건 일단 본다는 원칙을 세웠음. 뮤덕질 몇 년에 드뎌 작가까지 애정라인에 올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