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00억원도 넘지 못하는 산불방지예산 올해 3월 경북·경남·울산 지역 산불의 피해액만 1조원 이상 "선제적 대응 위해 예산 증액해야"
[파이낸셜뉴스]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대형 산불이 매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낳는 산불 특성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 예산 증액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가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불방지대책 예산은 2021년 513억원, 2022년 553억원, 2023년 511억원 등 해마다 600억원을 넘지 못했다.
2024년엔 624억원으로 증액됐으나, 군 수송기에 물탱크를 부착하는 예산 80억원 등 일회성 증액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방부 협조를 얻지 못해 사업은 무산됐다. 실제 올해 예산은 579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2021년과 2025년을 비교할 경우 산불방지대책에 써야할 돈이 제자리거나 축소된 것이 뚜렷하다. 드론을 활용해 산불을 감시하는 '산림재해드론 활용' 예산은 2021년 53억원에서 올해 11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진화대원이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산불대응센터' 예산 역시 같은 기간 99억원에서 18억원으로 감소했다. 감시기반 확충, 산불방지 안전공간 조성, 산불위험지 관리 예산 등은 지난 5년 동안 한 푼도 늘어나지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드론이나 대응센터는 연차별 도입 계획에 따라 예산이 책정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도입 목표에 근접하면서 예산이 줄었다"며 "처음에는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이후 시간에 따라 점차적으로 확충하는 사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산불방지 예산뿐 아니라 산림 헬기 도입·운영 예산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울진·삼척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직후 예산은 829억원에서 1108억원 그리고 지난해 1123억원까지 늘어났다가, 올해 939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재난이 발생할 때만 ‘반짝’ 예산이 늘고, 시간이 지나면 사실상 다시 감소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반면 산불 발생 빈도는 늘어나고 피해 몸집도 키우고 있다. 산림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600건, 피해 면적은 3만6096ha로 집계됐다. 축구장 면적이 0.714ha임을 고려하면 연평균 약 1만110개의 축구장이 화마에 사라진 셈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총 1조8351억원이었다.
올해만 해도 경북 산청과 의성, 대구 함지산 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이재민과 인명·재산 피해를 만들어 냈다. 특히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3월 경북·경남·울산 지역 산불의 피해액은 1조818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북도에서만 1조 8310억원의 복구비가 투입된다고 경북도가 이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인력으로 대응하려는 옛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꼬집었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최근 산불은 대형화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한데, 현재 수준의 예산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예산이 부족하면 산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피해는 계속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예산이라는 게 필요에 따라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지만 현재 전체적인 금액 측면에서 예산이 부족하고, 이런 점에서 화재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서 중과부적이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 산불 피해의 신속한 복구와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총 4407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산불방지대책 예산은 436억원이 추가됐다. 다만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예산 확대 주문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예산이 부족하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거나 대응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산불 대응 예산을 전반적으로 늘리고, 대피 체계와 주택·시설 피해를 막기 위한 비상소화장치 예산은 필요한 만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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