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운전하면서 가장 손이 많이 타는 곳이 어딜까? 답은 당연히 핸들일 것이다. 아니, 핸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핸들 못지않게 손이 많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기어노브, 흔히 기어봉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특히 오래전 수동으로 운전을 시작한 운전자들은 자동변속기로 바뀌어도 기어봉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또 수동 운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운전자들도 흔히 손 둘 곳이 없다며 기어봉을 잡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기어봉의 디자인은 인테리어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금 기어봉의 디자인 변화가 큰 화두로 다가오고 있다. 기어봉 디자인은 차량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재미있는 요소를 심을 수도 있고, 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손을 많이 타는 부분이기 때문에 핸들만큼이나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어노브 디자인 트렌드를 한번 살펴보겠다. 종류가 상당히 많은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디자인들만 최대한 모아봤다. 같은 차도 트림에 따라 기어노브가 아예 다를 수 있는 점은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은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전통적인 형태의 기어노브로 보수적인 편이지만 디자인은 기존 현대자동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납작한 타입이다. 아우디에서 많이 선보였던 디자인인데 손을 얹어놓을 때 그립감이 꽤 좋은 편이다.
다음은 투싼의 전자식 변속 버튼이다. 변속기들이 모두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제조사들에서 버튼 타입 변속기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좋고 더 미래적인 느낌을 내지만 부츠타입, 스틱형 기어노브와 비교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또 잘못 누를 위험성이 커서 디자인할 때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타입이다.
많은 제조사들이 높낮이를 다르게 하거나 버튼의 촉감, 혹은 모양 자체를 아예 다르게 해서 보지 않고도 헷갈리지 않도록 디자인하고 있지만 현대는 그런 부분에서 약간 미흡한 모습을 보인다. D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 이상의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제네시스의 다이얼식 변속기다. 이 역시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넘어오면서 가능해진 디자인이다. 넣고 싶은 기어의 방향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재규어처럼 고급 차량들에 주로 쓰였지만 신형 K5에도 다이얼식이 적용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흔히 보이는 타입은 아니다.
현대는 굉장히 다양한 타입의 기어노브들을 사용하는 편이다. 스틱형은 물론이고 버튼형도 차종 간 디자인에 차이를 두는 등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기아는 현대보다 약간 더 보수적인 느낌을 가져간다고 생각된다. 북미지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텔루라이드는 차량 성격에 맞게 상당히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을 사용했다.
본격적인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험지를 주행할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기어노브를 감싸고 있는 게 특징적이다. 특히 미국 차량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모델다운 모습을 보인다.
일본 차들은 디자인에 있어 큰 호평은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디자인 스타일이 인테리어에도 반영이 되는 건지, 토요타 대부분의 모델들이 좋게 말하면 굉장히 무난하고, 디자인 관점에서 보자면 재미없고 지루한 것들이 대다수였다.
전 세계에서 높은 판매고를 자랑하는 토요타의 대표 모델 캠리의 기어노브는 거의 디자인이라고 할 게 없을 정도로 디테일이나 조형적 특징이 많지 않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럽고 고가의 차량인 LC500도 비슷한 뉘앙스다. 1억이 훌쩍 넘는 비싼 차량인 만큼 소재는 확실히 좋아 보이지만 기어봉 자체의 디자인은 꽤나 심심하다.
물론 LC500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테마가 우아하고 곡선 위주의 물 흐르는듯한 조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기어봉 혼자 튄다면 어울리지 않겠지만 어딘가 아쉬운 인상이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토요타에서도 꽤 재미있는 디자인이 있었는데, 바로 프리우스다. 토요타 말고도 많은 제조사들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서는 꽤 재미있고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존 내연기관이랑 차별점을 두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프리우스는 센터 콘솔이 아닌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기어노브가 위치해 있다. 크기도 작아서 스틱이라기보단 스위치에 어울리는 인상이다. 소재도, 마감도 독특한 인상을 줘 흥미롭다. 조형도 미묘하게 끝으로 오면서 살짝 들려있어 튤립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의외로 프리우스보다 더 새로운 기술들이 들어간 미라이는 이보다 더 보수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다. 기어노브의 위치나 크기는 기존 토요타 차량보다 프리우스 쪽에 가깝지만 크기가 훨씬 커지고 조형도 더 무난해졌다.
혼다는 특히 일본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도 더 변속기 조작부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차들이 똑같은 전자식 변속 버튼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생겨서 어떤 차종에 들어가도 어색하진 않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혼다의 변속 버튼은 높낮이가 확실하고 버튼의 크기와 깊이에 많은 변화가 있어 현대자동차보다 더 안전해 보였다. 이미지는 혼다의 최신 전기차 혼다 E인데 변속 버튼의 무난한 디자인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굉장히 훌륭하다.
일본 빅3의 마지막 닛산이다. 닛산은 대부분의 차량들이 부츠타입으로 보수적인 형식이 대다수지만 그 대신 디자인의 변화가 차종마다 꽤 큰 편이었다.
같은 부츠타입의 디자인이지만 닛산의 슈퍼카 GT-R은 차량의 성격이 디자인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레드 포인트와 스포티한 조형의 노브가 인상적이지만 이미 너무나도 노후된 모델의 수명 때문인지 받쳐주는 주위 디자인들이 그렇게 세련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신형 전기차 리프의 디자인은 꽤 재미있는 모습이다. 마치 마우스 같기도 하고, 귀여운 조형과 컬러의 조합으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구조는 기본적인 부츠타입과 마찬가지로 잡아서 원하는 기어에 넣는 타입이지만 디자인을 달리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도 모두 보수적인 부츠타입의 기어봉이 대다수지만 노브 조형이 꽤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손을 올리기 편하도록 납작한 조형이 많지만 이례적으로 인피니티는 세로로 기다란 기어노브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인피니티 판매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에서는 이런 디자인에 대해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익숙해지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손을 올려두기보다는 움켜잡기에 좋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북미권은 자동차에 있어 꽤 보수적인 면모가 강하다. 그래서 이미지와 같은 평범한 스틱형 변속기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디자인들이 없진 않다.
아웃도어 활동이 많은 북미 시장은 오프로더 SUV 들과 픽업트럭들의 인기가 상당하다. 덕분에 디자인도 이에 맞춰 아이코닉하고 터프한 느낌의 기어노브들이 많다.
신형 브롱코는 트림과 옵션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종류가 꽤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클래식한 가죽 마감의 커다란 기어봉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차량의 성격과 매칭이 잘 되는 탓에 수요가 많다고 한다.
오프로드 SUV의 아이콘 지프는 신형 랭글러와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에서 훌륭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마치 기어 레버가 두 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운전석에 가까운 것은 험지에서 구동륜의 동력 배분을 맡고 다른 하나는 변속을 맡는다.
형태나 방법이 특별하진 않지만 두 개가 들어가면서 다른 차량들과 확실하게 차별화가 되고 있고 기능성이 돋보이는 차량의 성격과 맞물리면서 큰 호평을 받는 요소다.
마지막은 미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쉐보레 콜벳이다. 콜벳이 슈퍼카인지는 항상 많은 논란이 뒤따르지만 일단 디자인과 성능은 꽤 슈퍼카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버튼류를 한곳에 모두 몰아넣었다. 덕분에 운전 중 다른 곳에 눈이 갈 것 같진 않지만 반대로 운전 중 조작은 꽤 어려울 것 같다.
변속 버튼은 최근 출시되는 슈퍼카들처럼 평범한 전자식 변속 버튼을 사용하고 있다. 조형과 모양, 그리고 높낮이에 큰 변화를 줘 운전자가 헷갈리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슈퍼카 다운 격렬한 조형도 잘 어울린다.
정말 다양한 타입의 기어노브들이 한가득이다.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디자인으로 새롭고 재미있는 느낌을 잘 만든 제조사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형식의 변속기를 하고도 진부하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제조사들도 있다.
다음에는 업계를 리드하는 제조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들의 디자인을 살펴보겠다.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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