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애스턴 마틴이다. 애스턴 마틴은 슈퍼카 브랜드들 중에서도 GT 성향이 꽤 강한 편이지만 많은 슈퍼카 브랜드들 같이 디지털 버튼식 기어 시프터를 채택하고 있다.
브랜드의 엔트리급 슈퍼카인 밴티지의 조형이 꽤 격렬하고 바디 컬러와 같은 가니시를 가져가면서 굉장히 스포티한 조형을 하고 있다. 또 가니시 때문에 젊고 팝한 느낌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 애스턴 마틴의 플래그십 슈퍼카인 DBS 슈퍼레제라에선 전형적인 애스턴 마틴의 버튼식 시프터 디자인을 하고 있다. 르망에도 출전 중인 밴티지와 다르게 더욱 GT 성향이 강해서인지 옛 모델들의 전통을 잇는 차분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차량에 가격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다음은 슈퍼카들의 대표주자 페라리다. 페라리는 예상외로 굉장히 검소하고 재미없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페라리의 브랜드 철학을 강하게 반영 한 결과이기도 하다.
페라리는 최대한 운전에 집중하라는 의도로 대부분의 조작 버튼들을 핸들로 몰아넣었다. 만약 변속기 버튼들까지 핸들로 넣어서 운전 집중도가 더 올라갔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페라리의 가장 상위 모델을 장식하는 슈퍼카 계보의 최신 모델 라페라리도 일반 모델들보다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역시 검소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검소하단 것은 디자인 언어로서 하는 말이지 실제로는 꽤 호사스러운 디자인이다.
100% 리얼 카본으로 저렇게 조작부 버튼을 하나하나 감싸는 디자인은 제조 난이도도 상당하지만 비용적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10억을 훌쩍 넘는 가격표가 뒷받침해서 나오는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페라리의 영원한 라이벌, 람보르기니는 라이벌답게 기어노브에 있어 페라리와 정반대의 접근을 하고 있다. 외관 디자인에서도 보이듯이 람보르기니는 최대한 무지막지한 느낌을 살리도록 디자인됐는데 마치 전투기와 같은 디자인과 맞물리면서 뛰어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뒤로 당기도록 디자인된 후진 레버도 뒤로 가기 위해 뒤로 당긴다는 직관적이고 훌륭한 상호작용, 인터렉션 경험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최근 출시된 람보르기니의 SUV 우루스에서는 여기서 더 나간 모습이다. 우루스는 SUV란 특성에 맞춰 더욱 두툼하고 복잡한 기능을 잘 표현하는 조형으로 디자인됐다.
전투기를 넘어 마치 배의 출력 조절을 맡는 스로틀과 같은 모습이다. 여기에 다양한 주행 모드들의 제어부를 함께 넣어 기능성도 챙기면서 겉뿐만이 아닌 위트 있는 디자인을 해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맥라렌은 또 앞에 두 브랜드와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맥라렌 차들은 전자식 버튼 시프터를 채택했다.
조형이나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단정하고 간소화된 페라리나 심하게 복잡하고 과시적인 람보르기니와 다르게 보다 전통적인 자동차 다운 디자인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차량들이 버튼식이지만 가장 최근 공개된 아르투라는 맥라렌에서 한 번도 볼 수 없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컬럼식과 비슷한 형태지만 컬럼이라 하기에 너무 작고 간소화된 모습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한 이유는 아르투라의 파워트레인에 전기의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컬럼식 기어노브를 갖는 건 마치 공식처럼 자동차 업계에 정착하고 있다.
럭셔리 GT의 대명사인 벤틀리다. 벤틀리는 디자인에 있어 영국다운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클래식한 스틱형 디자인이지만 소재와 마감에 강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 정도 급의 차량들은 이제 모든 소재를 흉내 내지 않고 진짜로 가져다 쓰기 시작한다.
밑으로 제조사의 급이 내려갈수록 많은 브랜드들이 가죽처럼 보이도록, 금속처럼 느껴지도록 플라스틱을 정교하게 성형하고 가공하지만 역시 진짜의 감성과 느낌을 낼 수는 없다.
벤틀리의 기어노브는 진짜 금속의 서늘한 느낌과 묵직한 무게감이 돋보인다. 주변의 화려한 디테일들도 기어노브의 디자인을 더욱 살려주고 부각시켜준다.
벤틀리 이상의 하이퍼 럭셔리로 평가받는 롤스로이스의 기어노브는 생각 외로 검소한 편이다. 물론 소재의 고급감이나 장인의 손으로 이뤄지는 마감이 검소하진 않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디테일들이 가득한 벤틀리에 비하면 핸들 뒤에 작게 들어가 있는 컬럼식 시프터가 검소하게 느껴진다. 롤스로이스는 옛날부터 컬럼식 시프터를 많이 사용했고 이런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전기차가 아니면서도 벤츠와 함께 대부분의 차량들에 컬럼식 시프터를 쓰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더 클래식하고, 운전자에게 더 쉬운 조작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은 하이퍼카의 꽃 부가티의 시론이다. 가격대나 무지막지한 성능과 디자인 등 여러모로 최고의 자동차라고 하기 부족함이 없는 차량이지만, 기어노브의 디자인은 여러모로 아쉬운 느낌을 들게 한다.
시론의 인테리어 디테일은 의외로 꽤 특색 없이 건조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러다가도 그 주변에 굽이치는 카본 파츠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복잡하게 휘감기고 말리고, 돌아나가는 면들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는 카본 무늬에 퀄리티에 대한 집착이 읽혀 인상 깊게 느껴진다.
이 정도 레벨의 하이퍼카와 브랜드로 오면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근본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스토리텔링에 있어 브랜드의 훌륭한 배경이 없다면 고객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시론은 폭스바겐의 손으로 만들어졌는데, 기어노브 상단의 'press to Park'에서 정말 짙은 독일 향이 느껴진다. 더 브랜드의 근본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프랑스 감성의 무언가가 들어갔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더 위트 있는, 센스 있는 디자인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로써 거의 모든 제조사의 기어노브를 살펴봤다. 절대다수의 차량들이 평범한 부츠타입 스틱형 기어노브를 하고 있지만 같은 제조사 안에서도 재미있는 변형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센터 콘솔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면서 컬럼식 기어노브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고, 또 대부분의 스포츠카와 퍼포먼스 지향 슈퍼카들이 버튼식 기어 쉬프터를 채택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전기차가 점점 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것이 분명해지는 만큼, 컬럼식 시프터도 더욱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32억짜리 하이퍼카 실내 디자인 수준이...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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