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주행거리도 짧을뿐더러, 충전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든요. 사실상 일부 관공서의 관용차로 사용되거나 영업용 택시로 운용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주행거리가 길어졌고, 충전소로 꽤 많이 생겼죠. 구입 장벽도 많이 낮아져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가 완전히 대중화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 인프라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화재 사고와 같은 결함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거든요.
게다가 최근에 들어서는 ‘정비 인프라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판매량과 달리,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정비소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자동차 정비 업소는 3만 8,000여곳에 달했지만, 이 중에서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약 2%인 60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전기차 운전자들은 수리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도대체 왜 전기차 정비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확충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비 업계는 정비 인프라 부족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요? 그 해답을 알기 위해 다키포스트가 직접 정비 업계 관계자를 만나봤습니다.
전기차 시대, 동네 정비소 상황은?
처음부터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전기차 수리가 가능하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불가능합니다. 전기차에 대한 교육을 받기는 했는데, 직접 만지기는 사실 좀 꺼려집니다. 아무리 고압전류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절연 장갑을 끼운다 한들, 만일의 감전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설사 수리를 할 수 있다 해도, 동네 정비소는 전기차를 만질 기회가 없습니다. 다들 ‘블루핸즈’나 ‘오토큐’같은 직영서비스센터로 가시거든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전기차가 방문한 적이 없나요?
네, 요즘 도로에서 전기차가 자주 보이니까 “한 번쯤은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단 한 대도 오지 않더군요. 다만, 종종 하이브리드 모델이 찾아오는 경우는 있습니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도 엔진이나 변속기만 다루지, 배터리나 모터 같은 전기계통은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것은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아주 가끔 문의전화는 들어옵니다. 예전에 코나ev 배터리 관련해서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배터리 자가교체를 하려고 하는데, 리프트를 빌려줄 수 있냐”라고 묻길래, 화재 문제 때문에 안될 것 같다고 거절했습니다. 불법이기도 하고요.
다른 동네 정비소의 상황도 동일한가요?
제가 아는 한 이 지역(강원도 춘천)에 있는 동네 정비소 중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전기차를 취급한다 해도, 타이어 펑크를 수리하거나 워셔액을 주입하는 정도만 가능할거에요.
전기차가 동네 정비소를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전기차를 운행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직영서비스센터로 가십니다. 사실상 보증기간이 끝나야 동네 정비소를 방문하게 되는데, 모터나 배터리는 보증기간도 엄청 길어서 그럴 일이 거의 없죠.
무엇보다 전기차는 고장 날 만한 부분이 없어요. 엔진도 없고 변속기도 없으니까요. 브레이크 패드도 회생제동 때문에 사실상 반영구적이고요.
전기차에서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타이어 교체인데, 그것마저도 타이어 전문점에게 밀리는 추세입니다. 동네 정비소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따로 구비할만한 여유는 없거든요.
전기차 정비에 대한 추후 계획이 있나요?
사실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비율이 50%가 넘으면 모를까, 아직까진 내연기관이 주류니까요. 그리고 지방은 노후차에 대한 규제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정비 인프라보다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전기차가 적어서 괜찮은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 지금 상태에서 전기차가 더 늘어나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겁니다.
직영서비스센터도 다를 바 없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동네 정비소도 방문하였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심지어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유명 정비소조차 “한번 알아보겠다”라는 말을 할 뿐, 명쾌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지방에 위치한 직영서비스센터의 현실입니다. 직영서비스센터라면 당연히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꽤 많은 직영서비스센터가 전기차 수리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 직영서비스센터 ‘블루핸즈’를 조사한 결과,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264개의 서비스 센터 가운데 군 단위 지역에 위치한 곳은 12곳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강원도는 시 단위 지역을 제외하면, 철원군과 횡성군에 각각 하나씩 있는 센터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정비 인프라 부족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기업은 물론 정부도 어느 정도의 해결책은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아자동차의 경우,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인 ‘KEVT(Kia Electric Vehicle Technician level up program)’를 도입해, 자사의 직영서비스센터인 ‘오토큐’와 소속 정비 엔지니어의 전기차 정비 역량을 강화하였습니다.
기아자동차 이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전기차 정비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는 ‘HMCP’라는 기술 인증 프로그램에 전기차·수소 전기차 평가를 포함했으며, 포르쉐 코리아는 정비 엔지니어에게 고전압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역시 전기차 정비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7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전문정비소를 최대 3,300개까지 확충한다고 합니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전기차 전문정비소는 현행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디터 한마디
정리하자면, 전기차 정비 인프라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금세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죠.
다만, 동네 정비소에서 전기차 수리가 가능해지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비 업계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 정비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절박한 상황도 아니고요.
그러나,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전기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동네 정비소는 살아남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훗날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었을 때, 동네 정비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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